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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주
 여준영  08-01 | VIEW : 11,975
hp.jpg (34.4 KB), Down : 15


얼마전
언스트앤영의 권승화 사장님과 점심을 먹는데
권사장님이 갑자기
"자네 혹시 이흥주 부행장 아나? 소개시켜줄테니 언제 셋이 밥이나 먹을까?" 하고 말했다
아. 이흥주. 절대 잊을수 없는 그 이름.




나는 영어를 잘 못한다. 아니 전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회사는 수백개의 외국기업 일을 해왔다
영어를 아주 잘하는 분들이 회사에 많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그게 가능한건 아니었다.
회사를 차리고 몇년이 지나도록
외국 회사들은 프레인을 찾지 않았다.

아니 찾지 못했다.

외국 기업들의 Policy 탓이었다
그들은
본사가 지정한 외국계 PR회사를 쓰게 되어있었다.
예를들어 골드만 삭스가 미국에서 버슨마스텔러를 쓰면
골드만삭스한국지사는 좋던 싫던
한국에서도 버슨마스텔러 코리아를 써야되는 식이었다.

so, 프레인은 완전 한국 회사라서
외국계를 만날 일이 없었다.

하긴 뭐 그런 사정이 아니더라도  
거대한 외국회사들이
당시엔 검증도 되지 않은 작은 회사인 프레인을
선택할 이유는 없었다.

외국회사가 우릴 선택하지 않으니 외국회사 일을 해볼 경험이 없고
외국회사일을 해본 경험이 없으니 외국회사가 우릴 선택하지 않는 악순환이었다.
경험 없으니 일을 안준다니
일을 안주면 경험은 어디서 쌓나.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왔더니
"넌 직장경험이 없으니 뽑을수 없어" 하는 식인 셈이다


그런 처지를 바꿔준 아주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고
그 주인공이 바로 이흥주 상무다.

그해 첫날 나는 평소 안하던 계획을 세우고 회사에 발표했다.

"인텔, 나이키, 혼다자동차, HP, 씨티은행
이상은 올해 내가 함께 일하고 싶은 고객들이다."

제대로된 외국회사 한번 만나보지 못한 프레인으로서는
말이 안되는 허황된 계획이었다
더구나 에이전트는 고객의 선택을 받는 입장이지
스스로 어디를 고객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세울 주제가 아니었다
그런 계획을 세운들 가능한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바로 그해
미국의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하는 큰 사건이 있었다.
씨티은행은 이미 외국계 PR회사를 쓰고 있었는데
웬일인지 그 M&A를 커뮤니케이션 할 회사를
따로 찾아나섰다.

씨티은행은 로컬PR회사들도 후보군에 넣었고
운좋게 프레인도 그 리스트에 들어갔다
물론 신생회사인 우리는 수십개의 후보중 하나. 그것도 가장 가능성이 없는 후보였다.

당시 그 일을 책임진 씨티은행의 이흥주 상무는
책상에 앉아 PR회사들을 불러 만나는 대신
직접 PR회사를 방문하고 다녔다.

며칠동안 유력한 회사들을 다 돌고 난 그가
거의 끝무렵 우리회사를 방문하겠다며
전화를 해왔다.

+ 내일 프레인에 방문하겠습니다.
= 몇분이 오십니까
+ 저와 아시아태평양 지역 커뮤니케이션 책임자가 같이 갈겁니다.
= 저희는 뭘 준비할까요
+ 따로 준비할건 없습니다. 그냥 제가 몇개 질문할겁니다.
= 그나저나 같이 오시는 분은 한국인인가요
+ 아니요 미국인입니다.
= 어쩌지요. 제가 영어를 잘 못합니다.
+ 그래요?  일단 알겠습니다.


다음날 이흥주 상무가
리차드 태스비치라는
(그 미팅에 미국인이 참석한다는 얘길 듣고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던지
아직도 그 미국 스탭의 이름을 선명히 기억한다)
미국인 한명을 데리고 회사를 찾아왔다.

나는 혹시 몰라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온 직원 한명을
배석시켰다.

이흥주 상무는 회사 소개도 대충 듣는 듯 했고
다른 고객들 처럼 제안서를 준비하란 얘기도 하지 않았다.
그냥 일상적인 질문들을 몇개 했을 뿐이다
M&A PR 경험은 있었는지 외국계 회사일은 해봤는지
씨티은행의 한미 인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전혀 묻지 않았다
여지껏 그렇게 건성인 고객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지껏 내게 그렇게 중압감을 준 고객도 처음이었다

내가 영어를 못하니 더 물어봐야 소용없겠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놀랍게도 몇주뒤 씨티은행은 프레인을 선택했다

그는 아마
씨티은행 본사의 정책과
홍보팀 실무자들의 반발과
영어밖에 못하는 리차드태스비치의 우려와
그밖의 모든 관행을
거슬러 결정했을것이다.


지금도 가끔
그때 그는 왜 우리를 택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하고.

그럴때 마다.
날카로운 눈빛과 카리스마 있는 낮은 목소리로
짧은 질문을 속사포처럼 던지고는
또 다른 업체를 만나러 가야한다며
감색 롱코트를 휘날리며 무표정하게
휙 돌아서 나가던 그 모습이
마치 어제 일처럼 눈에 선하다.


이후 싱가폴 지사로 나갔던 이흥주 상무는
지난해 돌아와서 부행장으로 승진했다.


아마도 그는
"지금은 작은 회사고 영어도 잘 못하지만 젊은사장이 자신감도 있어 보이고 웬지 그냥 감이 와서"
내린 자신의 결정한 덕분에
그 젊은사장이 이후 회사를  크게 키워 그 산업의 1위가 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을것이다.


어쩌면 나는
이흥주 부행장이 과감하게 투자한 은화 한전으로
계란을 사서 닭으로 키우고 팔아 소를 산뒤 새끼를 쳐서
농장을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모든일을 그가 만든건 아니지만
그가 준 은화가 없었으면
이 모든일이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아주 오래전에 딱 한번 만난 그의 이름과 얼굴을
이렇게 소중히 기억한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해 첫날 내가 "고객으로 삼고 싶다" 고 발표했던 다섯개의 기업중
씨티은행, 인텔, 나이키, 혼다자동차는 차례로 프레인의 고객이 되었다.
기적같은 일이었다

더 영화 같은 일이
그 해의 마지막날인 12월 31일에 벌어졌다.

다섯개 회사중 마지막 회사였던
HP 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갑자기 프레젠테이션을 시키더니
프레인과 함께 일하겠다고 전화를 해온 것이다.

HP도 역시 외국계 회사만 써야 되는 본사의 정책을
프레인때문에 처음으로 어겼다고 한다.

저 위의 요상한 그림은
앞서 말한 다섯개의 회사를 조합한 그림이다.
운동화(나이키)를 신고 우산(씨티은행)을 쓴 블루맨(인텔)이
자동차(혼다) 위에서 노트북(HP)를 들고 있다.

연초에 "이 다섯 회사들을 프레인 고객으로 영입하고 싶다" 고
발표할때 저 그림을 스케치 했는데

연말에 갑자기 HP의 초청을 받아  프레젠테이션할때
마지막장에 저 그림이 등장한다.




정우성
누구에게 던지느냐. 실력있는 피처는 센스 있는 캐처를 골랐고,,,, 스트라익크. 08-03  
김아진
오렌지 십자가 덕분이 아닐까요...ㅋ 08-16  
오숙현
아.. 그래서 블루맨이 나왔군요~ ㅎㅎ
글 읽는 내내 가슴이 뜁니다. ^^
08-25  
오은정
치열함 속에 간절함과 감동이 전달됩니다. 화이팅 입니다^^ 11-11  
이준원
도전받고 갑니다 대표님 03-28  
장홍재
영화같은 이야기,
아니 영화보다 더 진실, 감동, 재미, 영향력 있는 이야기 입니다.
길을 내 주셨네요. 후배들이 감히 뛰어 달려들고픈 길을요...
04-13  
 LIST   
46   김대명 라이브 °[1]  여준영 13/08/25 11027
45   류승룡 °[8]  여준영 12/02/24 23585
44   우상호 °[1]  여준영 11/10/29 5557
43   김무열 °[10]  여준영 11/05/20 21693
42     -- 김무열 (2) °[2]  여준영 12/02/20 10284
41        ---- 김무열 (3) °[3]  여준영 12/11/14 4346
40   김재중 °[5]  여준영 11/04/05 81569
39     -- 김재중 (2) °[2]  여준영 11/09/17 21307
38        -- 김재중 (3) °[1]  여준영 12/07/04 7907
  이흥주 °[6]  여준영 10/08/01 11975
36   故 김민경 °[17]  여준영 10/06/04 20191
35   최은석 °[11]  여준영 09/10/08 24877
34     -- 故 최은석 °[6]  여준영 12/02/20 8543
33        -- 故 최은석 °[2]  여준영 12/02/27 7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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