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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민경
 여준영  06-04 | VIEW : 20,191
mkmk95302.jpg (25.1 KB), Down : 123


2007년 탤런트 한명이 나와 함께 일하고 싶다고
사무실로 찾아왔다.

지금에서야 고백하자면
그녀는 그동안 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
모든이들중에 가장 아름다웠다.

그는 외모보다 더 멋진 태도와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저런 순수함으로 연예인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착하고 밝고 무엇보다 PR일을 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

또 지금에서야 고백하자면
그와 몇차례 이야기를 나눌때 마다
같이 일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동시에
혹시라도 그녀와 함께 일하며 내가 공사를 구분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화려한 곳에서 일하던 그가 새로운 일에 실망하고 떠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교차했다

그 두려움이 나로하여금 그를 내옆에 두지 못하게 막았다.


그녀에게 우리회사에 오기 전에
먼저 다른 회사에서 근무해볼것을 권하며
PR회사 몇개를 추천해줬다.
"우선 어느곳에서든 일을 시작해 봐요.
그리고 틈틈히 저랑 교류를 하면서 이 일이 생각처럼 적성에 맞는지 파악을 해봅시다.
다행이 일이 맞을수도 있고
불행히 사회가 생각과 다르다는 걸 느낄수도 있고 그래요
전자라면 그곳에서 열심히 일하시면 되고
후자라면 제가 적당한 시기에 제안을 할테니. 그때 저와 함께 일합시다."

끝으로 고백 하자면
당연히 후자일걸 예상하면서도
그녀를 다른회사에 보낸 것은
그녀와 내가 오래 함께 할수 있는 매우 안전한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서 였다.



이직이 아닌 전직을 하고 나면 혼란과 충격과 실망을 겪기 마련이다.
특히 연예인에서 사무직으로의 변신이라면 그게 더 클수 있다.
적어도 나는 그 실망과 혼란의 제공자가  되고 싶지 않다.
그는 분명 내가 추천해준 그 회사와 일에 실망할것이다.
배우시절 생각도 못했던 어려움을 겪고 결국 뭔가를 깨달을 것이다.
내가 그녀와 만나야 될 적당한 시기는 바로 그때다.
저 아름답고 착한 여인이
실망은 다른 곳에서 구원은 나에게서 찾기를 바란다.
여기까지가 내 생각이었다.


내 생각은 옳았던것 처럼 보였다.
그녀는 그 곳에서 별로 기쁘지 않아보였고
나는 쿨하고 품위있게 한발 떨어져서 그녀에게 조언해줬으며
가끔 이야기를 나누는 멘토로 우선은 존재했다.
적당한 시기가 올것이다. 기다리며.


예상대로 그녀가 그곳을 그만두고 다른 회사로 옮겼다.
옮긴 회사를 들여다 보니 거기도 그녀에게 어울리는 직업이 아니었다

그녀가 연예인의 아우라를 벗고
한번도 아니고 두번의 직장생활을 경험했다니
적당한 시기가 아니라 완벽한 시기가 찾아 온것이다.
더이상 그녀를 그곳에 둘수 없었다


나는 이제 그녀에게 세상 최고의 상사가 될 필요없이
그녀가 겪은 두번의 회사보다 나이스한 상사만 되면 그만이다.
아주 부담없는 상황이 된것이다.
그가 나와 일하는 것을 만족하게 하는건 이제 아주 쉬워진 것이다.
나는 그녀가 겪었던 지난 2년과는 다른 비전을 보여줄것이고
그녀는  이제야 자기일을 찾았다며 정말 즐겁게 함께 일할 것이다.


바로 전화를 했다.
나는 그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 함께 일하겠느냐. 고 제안을 했고
그녀는 바라던 바라며 기쁘게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다만 한가지 양해를 구해왔다.
일단 회사를 퇴사한 뒤 3개월만 시간을 달라고 했다.
피치못할 개인사정때문에 3개월간 일을 할수 없으니
조금만 기다려줄수 있겠느냐고 말해왔다.


"젊은 여자의 3개월동안 해결해야 하는 개인사정"
이란 말에  내가 가진 속된 선입견이 다 동원된 탓에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미안하고 부끄럽다)
대답하기 곤란할까봐
이유를 묻지 않고 기다리겠다고 했다.


3개월이 지났는데 연락이 오지 않아 문자를 보냈다.
"개인사정은 다 처리 했어요 ?"
그는 정말 미안하다며 아직 다 해결이 안되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줄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게 그녀와의 마지막 대화였다.
불과 몇달 전 이야기다.


그리고 어제 그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 들었다.



네이버에 검색어에 김민경이 있었다
얘는 누구야 하고 찾아봤더니 바로 내가 아는 저 민경이가 떡하니 올라왔다
불길한 예감.
나는 젊은 사람이 갑자기 화제가 되면 제일 먼저 생년월일과 사망일을  확인해 본다.
시절이  수상하니까.


김민경
(출생-사망) 1981년 5월 9일 - 2010년 6월 3일


2년간 암투병을 했는데 친한 친구조차 몰랐다고 한다.
장례식장에서 남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쓴 편지들을 다 읽었는데
모두 한결같이 "아픈걸 알지도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아파서 그런건지도 모르고 자꾸 니가 말라가는걸 부러워했었다"
는 친구의 고백도 있었다.


나도  암으로 사경을 헤매는 그녀가
낼모레면 출근할 걸로
어제까지 기대하고 있었다.
개인일은 왜이리 오래 처리 못하고 있나 투덜대고 있었다.
무심한 친구.
이게 도대체 말이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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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사망 소식에 빈소로 한걸음에 달려온 대다수의 조문객들은
“얼마 전까지 웃고 있었는데”, “연락한지 얼마 안됐는데”라며
그녀의 죽음을 믿지 못했다.
고인은 2008년 여름부터 위암으로 투병생활을 해왔지만
조문객들이 남긴 짧은 메시지로 미뤄봐
주변인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News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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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도대체 뭘 해결하겠다고 내게 약속한 것일까.
기다려달라던 그 3개월동안 수술을 했을까.
수술이 잘 안되서 조금 더 기다려달라고 한걸까
그동안 내게 문자는 얼마나 힘겹게 보냈을까
도저히 힘드니 다른 사람을 뽑으라고 했을법도 한데
기다려 달라고 한건 왜일까
무조건 완치할수 있다고 믿고 있었던 걸까.
아니 그전에
왜 아무에게도  아프단 말을 하지 않았을까.
왜 죽겠다는 소릴 하지 않았을까
왜 힘들다는 얘길 안했을까
왜 기다려달라고 했을까. 왜 기다리라고 했을까.




적당한 시기...
내가 기다리던 "적당한 시기"는 그렇게 허무하게 지나가 버렸다.
좀더 오래 데리고 있을 욕심을 부리다가  단 하루도 함께 하지 못하고
그를 보내버렸다.
그가 출근하면 함께 하려고 곱게 모아놨던 일들도
어떻게 즐겁게 일할지 세웠던 계획들도 다 물거품이 되버렸다.



나도 "적당한 시기"에 하늘나라에서 그녀와 다시 만나게 될것이다.
그때
처음 본 순간부터 함께 일하고 싶었노라고
완벽한 시기를 기다리다가 이렇게 떠나보냈노라고
이기적인 생각에 당신과 함께 할수 없었노라고  
아프단 말을 하지 않아서 너무 서운했다고
그러고보니 난 기다리게 하고 또 기다린거 말고 도대체 한게 하나도 없다고
사죄하고 고백하고 혼내주고 싶다.


세상 모든 이별의 슬픔은 사별앞에 무색하다.
이제 다시는 함께 하고 싶은 이를 만났을때
"적당한 시기"를 기다리는 바보같은 짓을 하고 싶지 않다.


어제 장례식장에 걸려있던 그녀의 영정사진은
내가 아직도 소중히 보관하고 있는
그녀의 이력서에 붙여져있는 바로 그 사진이다.
김민경. 아직도 예쁘게 웃고 있는데
나는 자꾸 눈물이 난다.





그녀와 함께 하려던 일은
다른 사람 찾지 않고
적당한 시기가 올때 까지
그냥 비워둘 생각이다. 아마 난 아주 오래 기다리게 될것 같다.








정석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새로운 일을 배우는 행복"을 찾고 싶었을텐데 미처 찾지 못하고 가신 것 같아 마음이 더욱 아픕니다. 오늘 트윗이 없으시길래 들어와봤더니 너무나도 가슴아픈 일이 있었네요. 조의를 표하는 의미로 저도 오늘은 트윗을 하지 않으려 합니다. 06-04  
김성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가슴이 많이 아프시겠어요. 글 읽는 사람도 마음이 아린데 본인은 어떠실지... 힘내시길 바랍니다. 06-04  
김예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적당한 시기'란 말이 맘을 아프게 하네요... 06-05  
대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주변인들에 알리지 않은 그녀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그리고 부디 힘내세요. 06-06  
샤이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암투병을 지인들에게 숨기는 방법은 연락을 하지 않는 것... 통화상으로나 겉모습으로는 도저히 숨길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아버지도 갑자기 보고 싶네요. 하루 빨리 치료제가 나왔으면 합니다.
이기적이긴 하지만, 대표님도 같이 일하다가 정이라도 들었으면 얼마나 더 슬프고 힘들었을까...;;
06-07  
조목련
삼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너무나 안타깝네요... 06-07  
정우성
오랜만의 취중진담인데, 참 안타까운 이야기라서 맘이 아프네요. 투병 중 그녀의 마음이 어땠을까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글이어서 더욱 애잔합니다. 06-08  
여준영
석원,성민,예지,대열,목련,우성> 같이 슬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녀도 위에서 기뻐할거예요
샤이너>같이 일하다가 정 들었으면 끝까지 옆에서 보살필수 있는 기회가 제게 주어졌겠지요
06-09  
여준영
오늘 점심 먹는데 민경양의 언니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가족들이 모르고 있을줄 알았는데 저희회사를 오고싶어하는 마음을 가족들에게 얘기해서 알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통화하는데 지난 한주동안 애써 참던 슬픔이 다시..
다음주에 그녀가 잠든 분당에 가서 인사하고 오려고요.
06-09  
샤이너
그렇군요. 가족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겠네요... 06-10  
김미영
고인의 명복빕니다...다모에서 연기하는 모습 기억 나네요..헌트님 마음이 많이 안 좋으실것 같아요.....사람이 가늠하려는 '적당한 시기'...를 생각해 보게 되네요. 06-10  
이덕호
마음이 슬퍼지네요.. 고인이 하늘나라에서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힘내시고요.. 06-21  
김동호
소천하셨겠지요..! 07-11  
김호성
아무 생각 없이 읽었다가 울컥하네요..
의미있는 만남, 적당한 시기.. 참 어려운 말들입니다..
10-09  
오은정
고인에 대한 님의 안타까움이 묻어납니다.
명복을 빕니다..
11-11  
이준원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것 같습니다. 기도하겠습니다. 03-28  
양시원
마음 아픕니다. 적당한 시기라.. 저도 재고 있는 것이 없는지 다시 생각해 보겠습니다. 07-04  
 LIST   
46   김대명 라이브 °[1]  여준영 13/08/25 11028
45   류승룡 °[8]  여준영 12/02/24 23585
44   우상호 °[1]  여준영 11/10/29 5557
43   김무열 °[10]  여준영 11/05/20 21693
42     -- 김무열 (2) °[2]  여준영 12/02/20 10285
41        ---- 김무열 (3) °[3]  여준영 12/11/14 4346
40   김재중 °[5]  여준영 11/04/05 81569
39     -- 김재중 (2) °[2]  여준영 11/09/17 21307
38        -- 김재중 (3) °[1]  여준영 12/07/04 7908
37   이흥주 °[6]  여준영 10/08/01 11976
  故 김민경 °[17]  여준영 10/06/04 20191
35   최은석 °[11]  여준영 09/10/08 24877
34     -- 故 최은석 °[6]  여준영 12/02/20 8544
33        -- 故 최은석 °[2]  여준영 12/02/27 7167
32   故 노무현 °[45]  여준영 09/05/23 64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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