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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석
 여준영  10-08 | VIEW : 24,784
ces.jpg (153.3 KB), Down : 77


이어령씨와 최은석군.





한 3-4년 전쯤이던가
내가 PT잘한다는 소문을 들은 한 고객이
중요한 발표자료를 대신 만들어 줄수 있냐고 의뢰해왔다.

"나는 PT 같은거 대신 해주는 사람 아니다 " 라고
거절하려다가
PT하나에 억대를 준다길래
회사 재정에 보탬이 될것 같아 하기로 했다.

크리에이티브 파트너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제일 먼저 떠오른게 "국내에서 가장 비싼 프리랜서 출신"
디스트릭트 최은석 사장이었다.

최사장과의 처음 만나기로 한 날
디스트릭트 사무실을 찾아갔는데
최사장 대신
웬 젊은 여성분이 들어와서 앉았다
"사장님이 바쁘셔서 저보고 대신 들어가라고 하셔서요..."
많이 불쾌했다.
그렇게 김빠진 미팅을 하고
사무실을 나오다가
복도에서 최사장과 마주쳤다

= 안녕하세요
+ 네 누구시죠
= 오늘 미팅하기로 했던 여준영입니다. 전화드렸던
+ 아..그랬었나요. 아 이거 죄송해서 어떻게 하죠. 제가 다른 미팅 때문에..

말은 예의바르고 상냥했지만
보아하니 최사장은 내 전화를 받자 마자 미팅을 실무자에게 넘긴 눈치다.
오늘이 미팅이라는것도 잊고 있었던 것 같다

그게 최은석 사장과의 첫만남이다.

그 일은 디스트릭트와 하지 않고 혼자 했다.


그로부터 몇년이 지나
최사장을 다시 만났다.
그는 3년 전 나와의 첫만남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사이
그의 회사 디스트릭트는 제스쳐 센싱 기술로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며
세계적인 프로젝트를 하는 글로벌 기업이 되어있었고
최사장도 디자이너에서 훌륭한 경영자로 거듭나 있었다.
그 유명한 삼성의 제트 글로벌 런칭이 디스트릭트의 최근 작품이다.


다시 만난 최사장은 여전히 상냥했다.
이말을 해도 "하하하" 답하고
저말을 해도 "네 그거 좋은 생각이예요" 한다.

사실 나는 그의 그런 친절함이 익숙했고 또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4년전 나를 불쾌하게 했던 그날도  "아 관심있어요. 사무실로 한번 오시죠"
하고는 금새 잊어버린 바 있으니까.


그에 대한 서운한 기억과 선입견이 사라지기 시작한건
최은석과 여준영이 각자 소유한 회사와 별도로
개인적으로 반씩 투자해 새로운 회사를 차려보는건 어떨까 하는
검토를 하면서 부터다.


그 과정에서 나는 4년전 만났던 최은석과는 다른 최은석을 만날수 있었다.


양사가 제휴하기로 하고
그 첫작업으로
프레인의 고객에게
디스트릭트의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최사장은 많은 부분을 양보하면서 기꺼이 참여했다.
나는 양사의 실무자만 연결시켜주고 빠져서 무슨 프로젝트인지 조차도 모르는데
최사장은 해외 출장을 오가는 와중에도 직접 그 일을 점검하고 챙겼다고 한다.

그런데 잘 준비되던 일이 정부의 "몰상식" 때문에 틀어져버렸다.
막판에 디스트릭트의 기술을 빼고 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미 양사 모두 리소스를 많이 쓴 상황이라 손해가 불가피했다.
특히 손해는 최사장의 디스트릭트 쪽에 더 컸다.


내 생각은 이랬다
" 우리회사가 PM이니 우리회사돈으로라도 최사장회사 손실을 메워주는게 좋겠습니다.
그리고 고객에게는 사과와 변상을 하게 할 생각입니다.
아마 고객이 받아들이지 않겠지요.
그럼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그 고객사를 혼을 낼겁니다.
앞으로 그 고객 일 안해도 상관 없습니다. "


최사장 생각은 달랐다
" 그것보다 그 고객이 우리에게 미안하게 해서 다음에라도
저희에게 기회를 주게 하도록 하는게 어떨까요
저희 손해는 상관 없습니다."


최사장이 더 어른이다.



어제 새벽
한시가 다되어가는 데
문제의 그 정부  프로젝트를 맡은
프레인의 부장이 죽어가는 목소리로 전화를 해왔다.

" 사장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내일이 D-day인데
영상에 펑크가 나서
밤을 새서 일을 해야하니
급하게 CG기술자를 구해야하는 상황입니다.
전화 걸 곳이 없어 염치불구하고
얼마전까지 함께 참여했던 최은석 사장에게 도와달라고 했는데
최사장이 회신이 없습니다."


부장은 내게  최사장과 통화해 그를 설득해 달라고 했는데
내 생각에 그건 말도 안되는 뻔뻔한 얘기였다.

"왜 그걸 최사장에게 부탁합니까. 그것도 이 늦은 시간에.
최은석 사장은 이 프로젝트때문에 손해를 본사람이라
안그래도 이 일로 기분이 상해있을텐데
당신같으면 이 새벽에 자기 회사 일도 아닌 당신 일을 대신해주러 가겠습니까.?"


최사장에겐 전화하지 않고
그냥 편집실로 달려갔다.
시간은 새벽 세시가 다되가고 있었다.

담배 연기 자욱한 편집실 문을 열고 들어섰는데..

심각한 얼굴을 한 고객과 프레인 담당자 틈바구니 안에
최은석 사장이 떡하니 앉아있었다.


=아니. 최사장님 이 새벽에 여긴 왜 계십니까
+아무래도 다들 당황하신것 같아 도와주러 왔습니다.
  그나저나 회장님(그는 나를 꼭 회장님이라고 부른다) 이야 말로 여길 왜오셨어요.


보아하니
최은석 사장은
그냥 앉아있는것 정도가 아니라
우왕좌왕하고 사색이 되어있는
스탭들을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알려주기도 하고
고객을 (예의 그 상냥함으로) 노련하게 안심시키기도 했다.

이렇게 큰 빚을 졌다.

  



디스트릭트와 프레인은
그리고 나와 최사장은 좀 닮은 구석이 있다.
같은 해에 사업을 시작했고
직원수와 매출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프레인이  Beyond PR 해왔듯
디스트릭트도 Beyond 웹 해서 여기까지왔다.



정몽구는 차를 못만들어도되고
이건희는 반도체를 못다뤄도 되지만
작은 회사는 리더가 조직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player)여야 돌아간다.
작은 회사 사장이 경영한답시고 실무감이 떨어지면 회사가 절대 크지 못한다
지식기반의 작은 회사에서 상사가 직원에게 지식을 기대서는 끝장이다.
대기업은 돈많은 사람이 사장이고 동호회는 나이많은 사람이 회장 해도 될지 모르지만.
PR회사는 PR실력 1등이 사장이어야 하고
디자인회사는 디자인 실력 1등이 사장이어야 한다.


내가 알기로 최은석 사장은 경영자이면서도
그 회사의 가장 뛰어난 크리에이터로 십년 째 존재하고 있다
그의 개인기가 그의 회사가 크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이다.


그를 볼때 마다 내가 벌써 은퇴한게 부끄럽고
은퇴를 번복하고 싶은 생각이 들곤 한다.





아래는 최근에 최사장과 나눈 대화중 한 대목인데
인상깊어 오려붙여 놨었다.



chey@dstrict.com 님의 말:
사실 아시겠지만 제 성향이 비지니스 키우는것도 관심있지만
chey@dstrict.com 님의 말:
저는 디지털미디어 1세대니까 모랄까
chey@dstrict.com 님의 말:
책임감 사명감
chey@dstrict.com 님의 말:
이런거 때문에 투자 하고 새로운거 도전하고 하는거거든요

chey@dstrict.com 님의 말:
제가 7월 둘째주에 파리를 가니
chey@dstrict.com 님의 말:
그전에 뵙는게 어떨까요?


  
최사장은 입버릇 처럼 "자신은 1세대 라서
후배에게 보여줘야 할 책임감이 있다" 고 말해왔다.

그런 마음을 담아 최근 청담동에 야심차게 오픈한 스튜디오에
몇번 초대를 받아 갔었다.
가보니 어땠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나는 늘 이렇게 전해준다

"현실과 SF 영화의 중간 지점이야 거긴"




어제  일이 대충 수습된 시간은 새벽 네시
미안한 마음에
그가 혼자 살고 있는 한양아파트까지 내 차로 데려다 줬는데
연신 미안해 하는 내게
남의 회사 일로 밤샌 그는 대수롭지 않게 이렇게 말하고
집으로 총총 들어갔다.

" 덕분에 이렇게 새벽에 뵈니까 기분 좋은데요 뭐 "




최은석이라는 이름이 생소한 분들이 많겠지만
디자이너들 중에는 그의 밑에서 일하는게 꿈인 사람들이
카림라시드 밑에서 일하는게 꿈인 사람 수 만큼 있을 것이다.



오늘에서야 곰곰히 생각해보니
몇년전 그를 처음 만날때 내가 들고 갔던 프로젝트는
최사장 같은 천재가 손대기엔 좀 민망한 프로젝트였다.
그때 내가 차인게 천만 다행이었다.




P.S

마케팅 하시는 분들은
조만간 최은석-여준영 이름의  초청장을 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기대하시길







조소라
와... 사명감이 깊으신 분이군요. 뭔가 여운이 남는 글이에요. 10-08  
오숙현
이런 분들과 함께 일하거나, 밑에서 배우거나 하려면 그와 동등한 위치이거나 가능성이 보이거나 해야 할까요? 10-09  
kimyoojin
저도 10년후에 저런 어른이 되었으면...이야;;; 10-12  
쏠트
세상에 멋진 남자는 웰케많은지...~ 10-19  
세상은치마다
옆모습이 이선균 필~ 나시네요^^ 10-29  
유철우
대한민국 멋있는 미래가 보입니다 12-02  
김은미
왠지 부끄럽다...... 12-14  
박수진
특강을 들은 적이 있는데, 자기만의 세계가 확실한 점도 그렇고- 예의 그 상냥함이라든가-ㅎㅎ말투에서 느껴졌죠, 그 상냥함은.. 아마가 봐도 프로가 봐도 뭔가 있어보인다는 감이 팍 오는 존재감 만프로의 사나이였던 기억입니다! 10-19  
차상훈
이런분의 안타까운 소식을 이제야 전해들었습니다,,,, 02-20  
권진리
그는 나를 알지 못하고 나도 그를 미디어를 통해 아는 것이 전부지만, 최은석이라는 존재감으로도 에너지를 받을수 있었어요. 삶의 대한 열정과 아이같은 순수함도 느껴지고요.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커서 가슴이 먹먹합니다.. 여준영 대표님 또한 힘든 시간 보내고 계실것 같고요. 잠시 그를 위해 하나님께 기도드렸습니다. 02-20  
마정식
괜히 먹먹해지는 느낌은 멀까 모르겠네요 ... 02-06  
 LIST   
46   김대명 라이브 °[1]  여준영 13/08/25 10958
45   류승룡 °[8]  여준영 12/02/24 22950
44   우상호 °[1]  여준영 11/10/29 5499
43   김무열 °[10]  여준영 11/05/20 21617
42     -- 김무열 (2) °[2]  여준영 12/02/20 10192
41        ---- 김무열 (3) °[3]  여준영 12/11/14 4290
40   김재중 °[5]  여준영 11/04/05 81304
39     -- 김재중 (2) °[2]  여준영 11/09/17 20816
38        -- 김재중 (3) °[1]  여준영 12/07/04 7846
37   이흥주 °[6]  여준영 10/08/01 11918
36   故 김민경 °[17]  여준영 10/06/04 20004
  최은석 °[11]  여준영 09/10/08 24784
34     -- 故 최은석 °[6]  여준영 12/02/20 8449
33        -- 故 최은석 °[2]  여준영 12/02/27 7101
32   故 노무현 °[45]  여준영 09/05/23 63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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