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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경제 에세이 - 2001년 겨울
 hunt  02-12 | VIEW : 2,015
노인의 글을 쓰기 위해서 노인이 되는것보다
아래 여성경제 에세이를 쓰기위해서 그날 하루 여성이 되는것이
좀더 쉬웠습니다. ㅠ.ㅠ
2001년 겨울에 동아일보의 청탁을 받아 고객사 여성대표 대신 기고한 내용입니다.
원고료를 받았으니 ^^ copy right 은 그분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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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여명으로 추산되는 여성 벤처 CEO들이 가장 꺼려하는 수식어는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여성’이다.

대부분이 CEO면 그냥 CEO지 여성이란 수식어로 인해 특혜를 받거나, 또는 차별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들을 하기 때문이다. CEO 앞에 늘 붙곤하는 이 여성이란 단어는 때론 ‘여장부’ ‘우먼파워’ 등의 수식어로 대체되기도 하는데 이들의 성향이 묘사될때면 어김없이 그 수식어에 걸맞는 ‘섬세한’ ‘당찬’ ‘꼼꼼한’ 등 이른바 여성용 단어가 세트로 따라다니기 마련이다.


여성 경제인구가 부쩍 늘어난 덕택에 최근들어선 다행히 많은 여성 경영자들이 그런 성적(性的) 수식어 대신 일반적으로 능력을 수식하는 표현들을 점점 남성과 공유하는 추세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어도 여성 CEO들의 수식어로 여간해선 사용되지 않는 말이 있다.


‘일할때도, 놀때도 정열적인…’ 이란 표현이 바로 그것이다.


시대를 초월해 멋진 경영자 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 표현이 유독 여성경영자들에게 인색한 이유가 단지 음주, 골프 등 비즈니스와 연결된 엔터테인먼트에 여성이 상대적으로 소질이 없기 때문일까. 그 보다는 아무래도 ‘성공한 여성〓일중독자’일 수 밖에 없었던 과거의 시스템 탓이 아닐까 생각된다.


지금이야 여성의 창업이나 경영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시대지만 과거 뭇 남성들과의 경쟁과 사회의 편견을 동시에 이겨내야 했던 많은 여성들은 일할때도 일해야 했고, 놀때도 일했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놀줄 모르는 경영자가 되어 버렸다는 얘기다.


필자는 할인 혜택이 있는 2000원짜리 영화티켓에서부터 20만원 대의 아시안게임 1등석 티켓까지 다양한 티켓을 인터넷을 통해 팔고 있다. 그런데 그 티켓의 구매자들 중 여성CEO가 있으리란 기대는 거의 하지 않는다.


숨가쁘게 달려온 한 해를 마감하는 지금, 영화 한 편 보는 것 마저도 사치로 여겨지는 CEO라는 직책을 가진 여성에게 있어 올 연말 가장 중요한 행사는 결산이나 내년 사업계획수립이 아니라 한 편의 공연 관람과 몇 곡의 음악감상이라는 주장을 하고 싶다. 만삭의 몸으로도 거래처를 뛰어다녔을 정도의 일중독자이면서도 지난 14년간을 지치지 않고 CEO로 지내온 비결은 ‘문화’라는 피로회복제로 지친 심신을 꾸준히 정화시켜온 덕택이라고 믿는다.


올 연말엔 모든 경영자들이 잠시라도 일에서 벗어나 문화를 즐기는 여유를 갖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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