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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P] 냉정과 열정사이
 여준영  12-18 | VIEW : 8,526
방 벨이 울려서 나가봤더니
퀵서비스 아저씨가 전단을 들고 서있다.

와본 사람은 알겠지만
내 방문은 자동문인데
사람이 앞에 서 있어도 자꾸 닫히는
이상한 문이다.
(머리가 낄뻔 한적이 여러번 있다)

"저기요" 하고 뭔가 얘기를 꺼내려는데
문이 스르르 닫히려 하자 아저씨 당황한다.

대게 이런 경우 나는
"죄송합니다. 저희 쓰는 업체가 있습니다"
라고 말하며 자연히 문이 닫히게 놔두는데

다시 문을 열고 이야기를 계속 들어줬다.

이유는 처음 영업을 나온걸로 보이는 그 아저씨 얼굴이
상기되어있었기 때문이다
말을 더듬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문이 닫히면 상처받을것 같았다

그 분은 많이 긴장했다
문이 또 닫힐까봐 빨리 말하려고 그랬는지
더듬더듬하며

"몇번을 쓰시면 포인트를 드리는데..음..어..
정말 열심히 할거고요..음.."


이상하게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아저씨에겐 결례지만)


저 사람은 무조건 열심히 할거다.
저 사람은 정말 진실할거다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미숙함 이었다.

그 진지함에 감동받아
나는 자동문 스위치를 아예 꺼버렸고
그 어느때 보다도 친절하게 설명했다

"3층에 내려가면 구매 담당자가 있습니다.
이미 쓰는 업체가 있겠지만
한번 잘 설명해줘보세요
좋은 결과 있기 바랍니다"


아저씨는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굽신 인사를 하고
내려갔다.


그의 긴장과 서툼 속의 진실은
내 마음을 움직였고
그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그건 정말 훌륭한 마케팅이었던 것이다


반대의 마케팅도 있다.
반듯하고 세련되게 옷을 입고 적당히 고압적으로
전문지식을 과시해
고객이 신뢰를 하게 하거나
심지어 구매자가 주눅들게 하는
그런 영업도 있다.

아주 오래전 한 로펌과 같이 일 할 기회가 있었다
미팅장소에 일찍 도착해 기다리다 보니
구두에 먼지하나 없고 머리털 한올 흐트러짐 없는 매무새의
변호사들이
미팅시간에 1초의 오차도 없이 들어와 앉아
쉴새없이 이야기하고 역시 약속된 시간을 1초도 초과하지 않고
시계를 보며 빠져나갔다.
솔직히 말하면 미팅 내내 그 들의 공격적이고 현란한 어구와
손을 저을때 마다 보이는 반짝이는 커프스버튼과
번쩍이는 금색몽블랑에 온정신이 뺏겨
어 어 하다가 돌아왔다.





나로 말하자면
8년동안 저 두 부류의 삶을 오가며 살았다.


처음 회사를 차린 뒤 몇 년 동안
나는 고객앞에서 딱 저 퀵서비스 아저씨의 모습이었다.

"일 한번만 맡겨 주시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라는
내 말은
지금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는 것보다 백배는 더 진실했다
진실해서 서툴렀다.

"회사가 작은데 우리회사 일을 잘 할수 있겠어요?" 라는
짖굳은 질문 이라도 받으면 얼굴이 빨개지면서
당황하곤 했다

PT를 할때도 지금보다 더 떨고 부끄러워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그 고객들이
나를 오늘 그 퀵서비스 아저씨처럼 진실하게 봐준덕에
결과가 좋았던건 아닐까 싶다


그뒤 몇 년은 프로페셔널해보이려고 연출을 했다
몰라도 아는척 준비안했어도 한척 싸도 비싼척.
안바빠도 바쁜척
그런 내 모습이 고객에게 신뢰를 줬고
역시 결과가 좋았다


그런데 만일
내가 회사를 차린 초기 아무것도 내세울게 없던 시절
즉 오늘 데뷔한 그 퀵서비스 아저씨 같던 시절
순수한 열정으로 접근하지 않고
실력도 자산도 없으면서
얕잡아 보이지 않으려고 거만을 떨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고객들은 나를 외면했을지도 모른다

또 만일 내가 지금 수백명의 컨설턴트를 리드하는 입장에서
모든걸 다 아는 전문가로 살아야하는 입장에서
고객앞에서 세련미를 잃고 어리버리 군다면
또 어떻게 될까
고객은 나는 물론 우리회사까지 신뢰안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나와 고객사 미팅을 해본 사람 중에는
내가 언제 슈렉에 나오는 불쌍한 고양이 같은 눈을 하고
언제 잭 스패로우 처럼 돌변하는지
눈치 챈 사람도 있을것이다.




슬프게도
주변에서 그 대응법이
뒤바뀐 사람들이 있다.

그 일에 대한 인사이트도 없으면서
마치 대단한 컨설턴트인 양
비싸게 보이려고 블러핑을 일삼고
고객앞에서 겸손하지 못한 사람이 있고

비싸보여야하고 신뢰가게 반듣해야하는 자리에서
실력이 궁색하고 자신감이 결여되
선한 이미지로만 승부하려는 사람이 있다.

둘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실패한다.


우리 회사 고객들이 내게 은밀히 귀띔해주는
우리 Staff에 대한
뒷다마중 1-2위가
"너무 건방지다"와 "너무 초짜다" 이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누군가는 겸손해야할때 건방졌고
누군가는 강해야 할때 어리버리했다는 뜻이다.


나는 가끔 박성규군에게 일을 시키면서 전혀
일관성 없는 지시를 하곤 한다

"이번엔  원하는걸 다 들어주고 맡겨만 주시면 이렇게 저렇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겸손하게 대응해라 "

"이번엔 좀 비싸게 굴어라. "싫음말구" 라고 해라. 고압적으로 응해라. 건방져 보여도 좋다 "

왜 이랬다 저랬다 하는지 다 이유가 있다.



모든 영업인들은
자신이 지금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할 상황인지
수시로 판단하고 변신해  볼 일이다.

성실하고 미숙함을 부끄러워 하지 말아야 할 때가 있고
세련되고 노련하지 못함을 부끄러워 해야할  때가 있다



오늘  
잠시 내방에 들른 퀵서비스 아저씨의 성실한 표정에서
또 하나 배웠다.






한옥선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겠죠. 초심은 어디로 가고 점점 건방지고 스스로 모든걸 판단하려하는지...부끄러운 하루 입니다. 12-18  


노랑딸기
엇, 인균아버님 방은 그냥 누구나 방문해도 되는거였어요? ㅎㅎ 12-19  


모카
중이 제 머리 못깎는다 하는데요, 매번 헌트님 글이 조금씩 깎아주곤 합니다. 초심이 건강하게 또 강해지게..진심으로 소통하는 나날 또한 많았음 좋겠어요. 헌신했는데 헌신짝처럼 버려질까봐..^^ 12-19  


carpediem
적절하네요. 냉정과 열정사이.
제 생각은 영업인 뿐 아니라 모든 관계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태도 인 것 같습니다. ^-^
12-21  


hunt
옥선> 실장이니까 스스로 판단하셔도 ...^^
노랑딸기> 몇단계 보안 문을 통과하셔야 됩니다.
모카 > 제가 무슨 가위손이라고.
카르페디엠> 예
12-21  


이현철
와. 저에게 너무 큰 깨닮음을 주네요. 그런거였구나ㅎㅎ 언제나 좋은글 감사합니다. 12-22  


이경섭
일관성 없는 지시를 수시로 듣는 박성규군께서... 일을 가장 제대로 배울 듯 싶네요. 12-26  


박성화
오옷 그 때를 깨닫는 때는 언제일지... 04-13  


KihoChong
오랜 사회 생활을 통해서 자연이 터득하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사람을 대할 때 그 사람이 진실된지 아닌지 저절로 판단되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것같습니다.
특히나 젊은 친구들 대할 때 그 느낌에 대한 정확도는 더 높아지구요.
어떤 일을 위해 만나느냐가 또 어떤 유형의 사람과 팀웍을 해야겠다가 정해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나의 일에 대한 태도를 뒤돌아 보게 하시는 글이시네요...
03-23  


임혜정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사실 저는 싱가폴에서 한국어 교원과정을 인터넷으로 강의를 들으며...... 여준영대표님의 글들을 읽고 있어요. (사실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 ) 이 글을 읽는 동안......... 소리를 최대로 올려놓은 한국어 강의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어요. ㅋㅋ. 좋은 글.^^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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