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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취, 그리고 성취감
 hunt  05-22 | VIEW : 12,383
1. 스트레스 지수란게 있다

홈즈와 라헤라는 두 심리학자가
배우자의 사망시 받는 스트레스를 100 이라고 봤을때
이혼, 부상이나 질병 , 해고 등
생활속에서 겪는 크고작은 사건들이 주는 스트레스는 몇인지
점수화한 지수이다  

이 지표는
사망과 이혼같은 큰 사건이 아닌 아주 소소한 일상속에서도
사람들이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취미활동이 바뀌어도 19 수면습관이 변해도 15의 스트레스를 받고
가벼운 법률을 위반해도 11의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식이다  


이 지표를 보면서 이상한 사실을 한가지 발견했는데
스트레스를 발생시키는 주범들 중에
우리가 흔히 "성취"라고 말하는 사건들도 포함이 되어있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결혼은 해고(47)보다도 더 높은 50의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임신은 40,  새로운 가족구성원의 증가는 39 전직은 36 졸업은 26
심지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수단인 "휴가"와 즐거운 "성탄절"도
각각 13과 12의 스트레스 꺼리 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경사"로 여기는 결혼과 출산과 졸업도 스트레스라는 것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아내의 맞벌이 시작이 스트레스 지수 20 인데
아내의 맞벌이 중지 도 똑같은 20 크기의 스트레스 꺼리라고 되어있다.

심지어 "우수한 개인적인 성취" 도 28의 스트레스를 유발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크고 작은 스트레스 지수들을 더했을 때 그 합이
300이 넘는 사람은 아주 위험한 처지라고 하는데  
취직해도 성취해도 휴가가도 스트레스 지수가 저렇게 높다면
세상 모든 사람이 위험하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좋은 아내와 결혼하고 예쁜아이를 낳고 회사를 차려 우수한 성취를 한 뒤
최근 휴가를 즐기고 있는 나는 스트레스 덩어리란 뜻이다.

그런데 왜 현실은 이론처럼 그렇게 괴롭지만은 않은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각각의 스트레스를 발생시키는 사건들은
그 스트레스를 없애주는 "스트레스 이레이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인것 같다.

그것은 바로 "성취감"이다.



결혼을 하면 50의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있는데
한편으로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는 성취감 50이 발생해 스트레스를 상쇄 해주고
이사를 하면서 20의 스트레스가 생겼다가. 깨끗한 집을 마련했다는 사실이
주는 성취감 20덕분에 그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것이다.

어린아이가 처음으로 자전거에서 보조바퀴를 떼게 되면
넘어지고 상채기 나고 하면서 아주 큰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얼마뒤 쌩쌩 달릴수 있게 되면 그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져 버리게 된다.


스트레스 지수를 보면
사건의 경중과 스트레스의 크기가 딱 비례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성취와 성취감은 또 다른 이야기 일수 있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성취는 "목적한 바를 이룸" 이고
성취감은 "목적한 바를 이루었을때의 만족감" 이라고 나와있다.


큰 성취만 큰 만족을 주는가 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나는 2년 전에 강남에 회사 사옥을 마련했다
무일푼으로 사업을 시작한 나에게는 아주 큰 성취 였는데
돌이켜보니 10년전 처음 비좁은 사무실한칸을 마련했을때 보다
성취감이 더 크진 않았던 것 같다
오래전 어렵게 마련한 첫 내 공간이
넉넉해진 뒤의 빌딩보다 더 소중했기 때문이다.




2.
내 비록 심리학자는 아니지만.
홈즈와 라헤가 정의한 스트레스들을 치유해주는
성취감 리스트를 한번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어
아내와 9살 먹은 큰아이 인균이를 상대로 인터뷰를 해봤다.


먼저 인균이에게 성취와 성취감이란 단어에 대해 설명해 준뒤
여지껏 (그래봐야 9년 이지만) 살아오면서
가장 성취감이 컸던 일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인균이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태권도 품띠를 땄을때 " 라고 말했다.

나는 인균이에게 빈 종이를 준뒤
그런 성취감을 느낀 또 다른 사건 열개를 더 적으라고 한뒤
태권도 품띠를 땄을때 기분이 100점이었다면 다른 사건들은 몇점인지를 적게 해봤다
그 결과는 아래와 같다.


태권도 품띠를 땄을때  -------------------------------------100
(세뱃돈등으로 모은)저금통장이 30만원을 돌파했을때----------99
영어책을 천권읽어 독서클럽 명예의 전당에 올랐을때 ---------95
처음으로 거북이 등 (수영할때 물에 뜨게 하는)을 떼고 수영했을때 ----80
세발자전거에서 두발자전거로 바꿨을때 ---------------------67
닌텐도(게임기) 수퍼마리오 8단계를 깼을때 ----------------45
몸무게가 20Kg을 넘었을때 (이 아이는 너무 말라서 고민이었다) ------43
줄넘기 1급 (쌩쌩이-한번에 두번 줄을 돌리는것 10번을 해야한다) 을 받았을때 - 30
펠트(영어능력시험) 1급을 받았을때  ------------------30
단원평가에서 100점을 받았을때


인균이가 작성한 "성취지수"를 함께 분석해 보면서 몇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먼저 어쩌면 성취감은 난이도나 스트레스와 비례할 수 있다는 것.

인균이가 태권도와 저금통장 영어책 천권 에서 큰 성취감을 얻은 이유는
그게 쉽지 않아서 였다고 한다.
둘다 하루아침에 되는게 아니고 자기 혼자 노력해서 되는게 아니라
정해진 수순을 밟아야 하고 긴 기다림이 필요한 것이라서
달성했을때 그 기쁨이 더 컷다고 한다.

반면에 영어시험이나 단원평가는 언제든 100점을 받을 수 있어 (자식자랑 같지만)
그다지 기쁨이 큰건 아니라고 했다

야심찬 가족 스트레스 지수 연구를 계속 진행함에 있어서 걸림돌은 오히려
나와 아내였다

나도 그랬지만 아내 역시 도무지 최근 몇년 자신이 성취했다고 느낀 일이 하나도 없더라는 것이다.

한개에 천원씩 주기로 하고 몇시간의 산통끝에 받아낸 아내의 성취지수는 아래와 같았다


집을 샀을때 ------100
새 차를 샀을때 ---95
다이어트를 통해 6Kg을 감량했을때 ----90
요리를 배워와 시도했는데 반응이 좋았을때 -----85
모피코트를 샀을때 ---------70


데이터가 도저히 품위없고(?) 단촐해서 "혹시 당신만 그런거 아니냐" 며 옆집에라도 물어오라고 했더니
옆집 아주머니의 답변을 몇개 추가로 적어왔다


- 대출금을 갚았을때  
- 물건 값을 많이 깎았을 때
- 애를 가지려 노력했었는데 잘 안되다가 임신에 성공했을때

두명의 어른이 작성한 성취지표는 이게 끝이었다.



3

어른들은 아이들보다 더 많이 성취를 하고 산다.
그런데도 어른들이 아이들보다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성취는 큰데 성취감이 작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대로
성취감은 스트레스를 없애주는 킬러인데
그게 작으니 스트레스 지수가 높고
그러니 불행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인균이가 30만원 통장에서 얻은 성취감이
아내가 수천만원짜리 자동차에서 얻은 만족감보다도 더 높다는 현실을
그저 모자간의 환율차이라고만 이해해 넘기기엔 뭔가 부족하다.


사실
아이들은 작은것에 큰 성취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기쁜 만큼만 기뻐하고 산다
그런데 어른들은 기쁜 만큼도 기뻐하지 않고 사는것이 문제다

아이들은 자신이 성취한 모든것에 성취감을 느끼고
어른은 작은 성취들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산다

돌이켜 보면 아내는 연애시절 작은것에 감동하는 성품이었는데
나이를 먹어가며 그런 좋은 성품을 잃어버렸다.
실반지에도 기뻐하던 사람이 다이아쯤 되어야 웃는 사람으로 늙어가고 있다
부끄럽지만 사실 나도 똑같다.

어른은
우리는 성취를 못하는게 아니라
성취감-스트레스킬러인- 을 느끼지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당신이 최근 성취한 것을 열개 적어보시오" 하는 질문에
머리속이 하얘지고 좀처럼 쓸게 생각나지 않는다면
라헤와 홈즈가 규정한 스트레스 지수를 머리에 이고 사는 셈이다.


연구를 통해
아들에게 뭔가를 가르쳐 주려다 오히려 배운 교훈 하나가 있다
내가 잊고 있었을 뿐이지 나도 요즘 무수한 성취를 해왔다는 사실이다


버락 오바마처럼
일주일 동안 한번도 빠지지 않고 헬스클럽을 가는데 성공했고
사무실 허브 화분을 단 한개도 죽이지 않고 잘 키워내고 있고
오랜 숙원이었던 옷장 정리를 끝냈으며
주말 골프에선 파를 열개나 했고
벼르던 새벽기도를 한번 나갔고...

생각을 바꾸고 나니
조금전 나를 괴롭히던 모기 한마리 잡은것에도 성취감을 느끼게 되었다


아내도 나와 마찬가지로 아이의 답안지를 커닝 하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많은것을 성취하며 살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지금 종이 한장을 꺼내 자신이 지난 한달간 성취한 일을 적어 보자.
의외로 우리는 많은 성취를 하며 살고 있다.


"우리 가족 성취지수 연구 결과리포트" 는
조금 비약하자면
작고 보잘것 없는 나라 "부탄"이 전세계에서 제일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라는
연구 결과와도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





@ 한 기업으로 부터 생활 속의 성취라는 주제로 글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고  쓴 글 입니다.



김미영
좀 다른 이야기지만..백수로 지낼때 스트레스를 안 받아서 좋긴 한데...,무료하고 심심하다는 게 아니라....뭔가허전하다는걸 느꼈죠...그래서 생각했죠.적당한 스트레스와 그 스트레스가 없어졌을때의 해방감. 스트레스가 없으니 그 해방감을 맛볼수가 없구나.라고.. (역시 밤에 다는 댓글은 길어져요...) 05-22  


아름다운.황
표본이 적긴 하지만 실증적검증방법으로 행복에 관한 수치를 개인적으로 조사해 보신 노력과 수고에 박수를 보냅니다..짝짝짝...!!!!!!!

이 글을 읽으니 최근 한달째 지루하게 읽고있는 How to be happy 란 책이 생각납니다. 한 심리학과교수가 행복해 지는 방법에 대해 헌트님과 굉장히 흡사한, 실증적인 방법으로(with 빵빵한 표본조사) 조사했는데 결과는 놀랍게도 행복은 좋은차,좋은집(헌트님이 강남사옥을 마련한것같은)같은 이벤트로 생기는것이 아니라 감사,내가 이룬 사소한것들에 대한 만족감을 종이에 적어보는것, 일주일에 하루를 정해 선행을 왕창 배풀어 보는것, 현재 자신의 상황과 이루길 원하는것을 종이에 적어보는것과 같이 좋은차,좋은집과 비교했을때 사소해보이는것들로 이루어 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책 전반에 걸쳐서 이를 증명해 가고 있구요.

특히, 책 중반부(206p)에 '미래에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자신'을 묘사하는 글을 써 보는것이 행복감을 증진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길래 직접 해 보았는데 정말 효과가 있더군요..! 이러한 활동은 헌트님이 위 글에서 권유하신 '지난 한달간 성취한 일을 적어보기'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것 같구요.

행복이란 추상적인 명사에 대해 조금더 자세히 알고 싶으시면 꼭 How to be happy 란 책을 추천해 드립니다..!
05-23  


hunt
그런데 과연 happy 에 how to be 라는 말이 어울리는 건지
전 잘 모르겠습니다.
에 그리고 아직도 제게 책을 추천해주시는 분이 있다니 ^^
05-23  


최은정
아주 잼나는 글이네요. 잘 읽었답니다.^^ 06-09  


권영호
악처를 모시고 사는 친한 의국 선배가 전문의 시험공부를 하면서 제게 한 말입니다.
"난 이거 절대로 동감못한다. 배우자의 죽음이 왜 100점이냐고~"
참고로 그 선배가 하는 가장 심한 욕이 " 야! 넌 우리마누라보다 나쁜놈이다!!" 랍니다.
그냥 함 웃으시라고^^
09-22  


임세준
High Return 이 보통 high risk를 극복했을 때 오는 것처럼, 큰 스트레스도 잘 뒤집으면 큰 성취감을 만들 수 있다는 거네요...결국 스트레스도 약이 되는 거고... 참 사소한 거 지만 인생을 배우고 갑니다... 07-17  

 LIST   
261   Handbook (1) : 사장  °[4]  hunt 09/07/06 10083
260   배려  °[5]  여준영 09/07/01 9111
259   모순  °[5]  hunt 09/06/18 6168
258   이론의 탄생, 교육의 재구성 - 브랜드의 명제, 역, 이, 대우  °[10]  hunt 09/06/12 6764
  성취, 그리고 성취감  °[6]  hunt 09/05/22 12383
256   까칠한 인터뷰  °[5]  hunt 09/05/19 8462
255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6]  hunt 09/05/06 6171
254   너는 다를 수 있다.  °[20]  여준영 09/04/23 35322
253   [새 계열사] VCG KOREA powered by PCG  °[8]  hunt 09/04/21 10241
252   컨설턴트 커리어 공식 ( Ι 이론)  °[6]  hunt 09/04/13 6565
251   [work] 회사소개서 3.0 (겸손 버전)  °[2]  hunt 09/04/09 8365
250   Blame it on the Butterfly  °[21]  hunt 09/04/02 7586
249   [RMC] 브랜딩은 왜 필요한가에 대한 짧은 답변  °[6]  hunt 09/03/27 6282
248     [re] B cut  °[1]  hunt 09/03/27 4735
247   보이스 비 썸바디  °[3]  hunt 09/03/20 6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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