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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me it on the Butterfly
 hunt  04-02 | VIEW : 7,627
나비효과 (에드워드 N 로렌츠)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







불행히도(?) 지금은 회사 주식을 대부분 내가 소유하고 있지만
소유구조에 대한 내 꿈은 직원 소유 기업 이다.

직원"이" 주주라기 보다는
직원"만" 주주인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직원이 주주 니까 열심히 할테고 회사가 잘되겠지." 가 아니라
"회사가 잘되면 외부사람(투자자)이 아니라 직접 일한 직원에게 돈이 돌아가는 구조" 를 원했다

그게 좀 오래 걸리고 있는 이유는 다 나비 때문이다.



첫해 이익이 조금 나서 전직원 여섯명을 불러 물었다
"자 이익을 나눠주고 싶은데 주식으로 받으면 100원어치를 주고
현금으로 받기를 원하면 80원을 줄께 뭘 받을래?"


직원들 눈에 구멍가게  주식이 주식으로 보였겠는가.
당연히 모두들 현금으로 달라고 했고
단 두명만 주식으로 받겠다고 했다.
(세월이 흘렀고, 그 둘의 주식을 합치면 수십억대다)

이후 두어차례 더 옵션 (주식이나 현금중 택할수 있게 하는) 을 제시했지만
언제나 대부분의 직원은 현금을 선호했다.
나는 민망해져서 더이상 보너스를 주식으로 주겠다는 얘기를 접었다
나비 때문이다.  



한 5년 전 쯤 부터는 내 주식 10%를 회사에 증여한뒤
3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에게 조금씩 나눠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스톡옵션이 아니라 주식이기때문에 회사를 그만둘때
언제든 회사가 되사주기로 한, 현금과 다름없는 보너스다.

취지는 앞서 말한대로
회사의 성장이 직원의 캐피탈게인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 이었다.

그런데 그 행사로 주식을 받은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주식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를 그만두며 주식을 처분했다.

회사가 그 주식을 되사 줬으니 그들에겐 현금이 생겼으나 제도의 애초 취지는 무색해졌다.

나는 퇴사하는 이에게 돈을 선물하기 위해 그런 제도를 만든게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그런 모양이 되버렸고
지난해 나는 "이런식으로 주식을 주는건 보람이 없는것 같다" 는 결론을
내렸다

후배들은 "아니 옛날엔 주식을 주더니 왜 내가 받을때 되니까 없어지나" 하고
화가 날수도 있을 일이다.

그게 누구 책임이냐 묻는다면 나는 변명하고 싶다
나비 때문이라고


직원이 많아져서 도저히 따로 한명 한명 볼 수가 없길래
매일 점심시간에  내 방으로 한명씩 불러
내가 집에서 직접 싸온 도시락을 함께 먹는 이벤트를 시작했었다.
도시락을 싸는 건 귀찮은 일이었지만
그렇게 단둘이 밥을 먹으며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면
그게 직원들에게 도움이 될거라 생각했다

두번 째 직원과 밥을 먹으면서 "아 이건 괜한짓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꿈은 바리스타라고 했다
조만간 회사를 그만두고 커피를 배우러 유학을 갈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회사 얘기"는 하나도 꺼내지 못하고 그 꿈을 응원한다고 했고
그 친구는 결국 몇달 뒤 미국으로 갔다
내가 직원들과 밥을 먹건 안먹건 도시락을 싸건 말건
그게 직원들에게 별 도움 안될거란  생각이 들었다.

내순서는 언제오나 기다렸던 직원들은 실망했을텐데
그들이 나와 도시락을 먹지 못한건
그들 잘못도 내 잘못도 아닌
나비 때문이다.


여성직원이 많고 시절이 험해서 회사는 콜택시 회사와 계약을 했다.
불가피하게 야근을 하게 되면 계약한 콜택시를 회사로 불러
안전하게 귀가하게 한 것인데
어느날 부턴가  출근할때도 부르고 술마시고도 부르고 하는
직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혹시 회사가 그게 못마땅해 콜택시 제도를 없애 버리면
선의로 이용하던 수 백명은 피해를 보게 되는데
가해자는 바로
나쁜 나비다.


100명이 사는 마을이 하나 있다
모두가 함께 농사를 짓고 수확물을 한곳에 쌓아 놓으면
각자 먹을만큼 가져다가 먹는 아주 평화로운 마을이다.
어느날 홍길동이란 주민이 다른 마을에 사는 애인에게 주려고
2인분씩 가져가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위반이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본 또 다른 주민이
"뭐야 나도 그럼 이모 줄래 " 하더니 자기도 2인분을 가져가버렸다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이 서너명으로 늘자
2인분 안 챙기면 바보가 되는 정서가 만연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배분에 문제가 생겼다.
이장이 결단을 내려 자율을 폐지하고 정량 배급을 시행했다
없으면 덜 먹고 있으면 맘대로 먹던 자유가 없어지고 나니
생각지도 못했던 일도 벌어진다.
손님이 오면 옆집에서 곡식을 꿔야 될 일도 벌어지고 결국 대출이 생기고 전당포가 생기고
없던 절도 사건도 발생하고 경찰서 까지 들어섰다.
10년 뒤 이 마을에 태어난 아이는
마을에는 당연히 경찰이 있고 은행이 있고 담벽이 있어야 하는 줄 알지만
사실 그 거대한 변화가 홍길동이 날린 나비 한마리때문에 벌어진 일이란걸
아무도 알지 못했다.



오래전 내가 아주 이상적인 회사를 꿈꾸던 시절
우리회사는 자율 출퇴근 회사였다.
재택근무도 가능했었다.
어느날 임원 한분이 자율 출퇴근을 폐지하자고 제안했다
직원들이 제도를 제대로 쓸 소양이 되지 않아 문제가 많다고 했다.
아마도 직원들이 아니라 직원의 일부였을것이다
나는 반대했지만 회사는 결국 자율 출퇴근제를 폐지했다.
10명의 직원때문에 90명의 직원이 출근부를 쓰게 된다.
그 10명이 날린 나비는
비약하자면 날고 또 날아
전세계에 자율출퇴근 회사의 씨를 말렸다고 보면 된다.
충분히 자기 싸이클에 맞춰서 플렉서블하게 일할 수 있는
품위있는 우리가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짜증나게 일어나야 되는 것은
저 옛날 누군가가 나비를 날렸기 때문이다.


PR회사 A 사장이 말했다.
"PR회사는 상후 하박일수 밖에 없어요
저도 첨엔 신입들 월급 많이 줬는데
기껏 가르쳤더니 1년 도 되기 전에 나가버리더라고요
오래 다니지도 않을 애들한테 뭐하러 위험하게 투자해요"

저 옛날 기껏 가르쳤더니 뛰쳐나간 B 직원 때문에
A 사장은 이후 신입사원들 월급은 작게 책정했단다
작은 월급을 받게 된 신입사원 C,D,E 들은
월급이 짜서 못다니겠다고 또 뛰쳐나가고
A 사장은 "거봐 내말이 맞지 " 하면서 상후 하박을 고수한다.

그런 A 사장들은 늘어나고 PR업계 전체가 그렇게 변한다
그 모든 시스템이 놀랍게도 저 옛날 B가 사소하게 날린 나비때문이다.

월급을 작게 받는 신입들은 누구를 욕해야 하는가
나비다.





나는
한사람이 하는 사소한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결국은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한다.
그건 아주 무서운 일이다.

내가 점심값을 삥땅 몇번 치는건 아주 사소한 일이다.
그런데 그런 사례들 때문에
회사가 점심값을 지불 안하기 시작하고
그게 내 후배와 후배의 후배와 또 후배의 후배들 수만명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그런데 그건 이론이 아니라 실제다.



있다가 없어진 좋은 제도
없다가 생긴 나쁜 통제
많다가 적어진 보상
적다가 많아진 의무
의 99%는

권력자 한명이 주도자하는게 아니라
수용자 한 두명의 잘못된 수용에서 비롯될때가 많다.

우리가 하는 행동 하나 하나가
다 나비처럼 날아다닌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없는 돈 쪼개서 매년 전직원 해외여행을 다녀었다
그런데
어느 해 몇몇 직원이 "차라리 돈으로 주지" 하고 투덜대는 소리를 들었다
속상해서 이듬해부터 해외여행을 없앴다.



내 초봉이 작고 내가 주식을 받지 못하고 내가 아침에 정시 출근해야하고
내가 단체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게 되고 택시를 못타게 된 이유가
어느 한 두명이 날린 나비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니
이 얼마나 화가 나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피해자인가
그렇지 않다

돌이켜 보면
우리도 어떤식으로든 작은 나쁜 나비를 매일 매일 날리고 있다.
우리가 날린 나비 한마리가 멀리 날아가서 나도 모르게 후배의 행복을 박탈했던 적도 많을 것이다.
다만 우리는 우리의 사소한 오류가 그렇게 커지게 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사는 것 뿐이다
홍길동도 그랬고 B씨도 그랬고 A사장도 그랬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퇴행만 하는건 아닌 까닭은
좋은 나비를 날리는 사람도 그 만큼 존재하기 때문이다.

학벌이 안좋아도 최선을 다해 일해준 동료A에 감명받은 사장이
전형에서 학력기재를 폐지해
몇년간 학벌 안좋은 천명이 구제를 받았다면
그건 그들이 잘나서가 아니라 그 A덕을 본거다
그런데 그렇게 뽑은 사람들중에 자꾸 못된 B가 나타나서
사장이 다시 방침을 바꿔
몇년간 천명의 학벌 안좋은 인재들이 서류조차 낼 기회를 박탈당했다면
그건 그들이 못나서가 아니라 얼굴도 모르는 B라는 선배가 날린 나비 때문에
손해를 본것이다.
모든게 다 나비 탓이다.



아무튼 중요한건
내가 하는 행동이 남에게도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것.
내가 무심코 한 작은 행동 하나가
세상을 후퇴시키고 진보시키는  나비일 수 있다는 것.
무섭지.




에덴동산에서 뱀의 속삭임이 날린 나비가
세상을 이렇게 바꾸었다.
우리는 오늘 또 무슨 나비를 날리고 있나.





하늘별
더 중요한것은 나의 선의가 상대에게도 꼭 선의가 될 수 있나하는 것이겠지요.
또 마음속으로 선의가 있다고 하여 나비를 날려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헛된 기대나 막연한 기다림을 주는것도
당하는 사람에게는 고문일수도 있는 일인것 같고...
04-02  


김정운
함평나비축제마저 싫어지네요... 04-02  


hunt
하늘별> 나비는 상대방이 아니라 허공에 날리는 건데요.
정운> 좋은나비 날려
04-02  


신진아
이상은 권태롭기 때문에 늘 이상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권태를 휘젓기 위해 나비를 날린다.

제 생각입니다.
늘 영감어린 글들 잘 읽고 있는데, 오늘따라 감동이 두 배 더 다가오네요.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몇 자 적습니다.
04-02  


이승아
좋은 나비를 날릴수 있도록 항상 깨어있어야겠군요. 04-03  


hunt
진아> 저는 현실이 권태로와서 이상을 향해 나비를 날려요.
승아> 뻐꾸기는 날리지 마시고요.ㅋ
04-03  


황세희
제가 나쁜 나비는 아닌지, 뒤돌아보게 됩니다. 좋은 나비가 되길 빌면서..근데, 갑자기 나쁜 나비는 나방인가?라는 생각이 확~몰려오네요..^^; 04-03  


김은진
지금까지의 회사생활에서 여러 사례를 봐온 저로서는 정말 고개가 끄덕여지는 얘깁니다.

헌트님의 놀라운 통찰력에 이제까지 눈팅만 하다가 첫 댓글 달아봅니다 ^^;
뭐든 처음이 어렵다고 앞으론 자주 자주 달아보렵니다 ㅋㅋ
04-03  


샤이너
첨으로 댓글 달아봅니다.

그 나쁜 나비도 잡아보면 원래는 착한나비였고, 사연이 많은 나비일수도 있고....
그 나쁜 나비를 탓하기 전에 나를 탓한다면... 너무 어리석은 짓일까요?...
04-03  


hunt
세희, 샤이너 > 나비는 사람을 말한게 아니라 우리가 무심코 하는 행동을 말합니다. 우리모두가 좋은 나비 나쁜나비 다 날리면서 사는거지요
은진 > 반가와요
04-06  


토마스
으악. 블로그에 옮겨갑니다.^^ 04-07  


남궁정일
hunt님, 저도 처음으로 댓글을 답니다.
유난히 이번 글에는 처음 다는 댓글이 많네요.

이건 은진님이 날린 나비인 것 같군요.
04-07  


검지물고
폴더 하나가 닫힌 건 어떤 나비 때문인가요? 04-08  


hunt
토마스> 김흥국인가요
남궁정일> 신진아씨가 날린것 같은데요
검지물고 > 그냥 구조조정중 이예요. 하나씩 닫는중
04-08  


김태영
hunt님 말씀에 100000% 공감.. 저도 어느정도 한 몫을 한 부분이 있네요.. 긍정.. 부정.. 적인.. 04-09  


hunt
긍정적인 나비를 더 많이 날리셨을거 같아요 04-09  


노랑딸기
이글.. 이번에 승진하신 몇몇분께 선물로 드렸는데,,, 어쩌죠?? 04-10  


hunt
어쩌긴요 , 승진턱 뜯어먹어야죠. 04-10  


검지물고
아....하나씩 닫는 중이라니.. 다들 좋아하는 폴더가 닫힐 대비를 하시겠군요. 왜 하필 제가 젤 좋아하는 '취중진담'을 닫으셨는지.. 대비할 시간도 없이...^^;; 전 거기 내용이 참 좋더라구요. 항상 자극이 되는 헌트님께서 자극받는 주변 지인들, 다들 개성있게 멋지신 분들... 이상민氏가 특히 기억에 남아요.^^ 04-14  


강민수
싸이월드에 SAT관련 글을 쓰려고 부분발췌를 하려고 했는데, 너무 많이 퍼가게 됐습니다....헐...부디 용서를 ^^; 출처는 확실히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이것도 나비가 되려나요? 05-23  


박주현
구구절절 와닿는 말씀이네요...
저 역시 매일 나쁜 나비를 날리지는 않았는지 반성을 하게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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