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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me it on the butterfly (2) : 인사 청문회
 여준영  09-18 | VIEW : 5,694
프레인 홈페이지 자유 게시판에는
"채용에 관한 문의는 recruit 메일을 이용해 주십시요"
라고 명시가 되어있다
채용문의가 올라오는게 귀찮아서가 아니라
개인적인 문의들 - 이를테면 이력서 잘 받으셨나요  하는 - 이 도배가 되는건
방문자들에게도 좋을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회사 홈페이지 게시판은
채용에 관한 문의로 도배가 되어있다.


처음엔 잘 지켜지던 룰이
한명의 탈법(?)으로 깨지기 시작했다.
2003년 어느날인가 지원자 한명이 "채용에 관해 궁금해서 그런데요" 하는 질문을 했다
그 질문에 대해  "채용문의는 메일을 이용하라니까요 " 라고 냉정하게 할수는 없는일이어서
회사는 그냥 친절히 답변을 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도 같은 사안이 궁금할지 몰라
게시판 상단에 FAQ 메모도 고정시켜놨다.

그런데 한명이 물꼬를 튼 이후
너도 나도 질문을 하더니
애초에 있던 다른 종류의 소통은
어마어마한 채용문의의 물살 속에 자취를 감춰버렸다.


만일 내가 채용 담당자면 게시판에 채용문의 글을 올린 사람은 절대로 뽑지 않을것이다
너무 가혹한것 아니냐고?

"이 게시판은 포탈이 아니라 회사의 게시판이다
채용에 관해 묻는 사람들은 이 회사에 입사하려는 사람이다
다른 곳도 아니고 자기가 입사하려고 하는 회사 게시판의 작은 지침마저 무시하는 사람은
입사 자격이 없다." 는게 내 생각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난 채용에 대한 권한이 없다)


어제도 어김없이 채용문의 글이 올라왔다

그에게 "당신은 왜 채용문의를 메일로 하지않느냐"고 지적하면 그는 억울할수 있다
그는
"아니 아래글은 물론 뒤로 수십페이지가 다 나와같은 문의를 했던데
왜 나한테만 뭐라고 하나. " 하고 억울해 할수도 있다

그렇다고 회사가 할말 없는것도 아니다.
회사는
"게시판 하단에 분명히 채용에 관한 문의는 메일로 하라고 되어있다
남이 어겼다고 해서 있던 룰이 없어지는건가
당신의 행동은 늘 남들의 집단행동에 좌우되는가"
라고 충분히 지적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의 999명의 관행을 본 뒤
글을 올린 천번째 사람에게 "넌 왜 한글도 못 읽어" 하기는 힘들다는건 잘 안다.


그래서 과연 누가 잘못한건가
처음으로 돌아가 따져 보면

최초로 올린 사람의 죄가 제일 크고
그걸 바로 잡지 못한 회사의 실수도 크고
해도 되나보다 하고 따라한 두번째 사람의 잘못이 그 다음이고
세번째사람은 두번째 사람보다는 조금 덜 잘못한거고
네번째는 조금 덜 잘못했다고 볼수 있다.


그렇다면 대충 몇번째 사람까지 잘못을 따져야 하나
한 백명이 글을 올리면 "이미 대세"가  되버린 거니까
백 한번째 사람부터는 면죄부를 받을수 있는걸까.


그렇진 않다
첫번째 룰을 어긴 사람과  천번째 질문을 한 사람의
행동 자체는 전혀 차이가 없다.
둘다 같은 행위를 했는데
순서에 따라 누군 잘못했고 누군 잘못 하지 않았고 한다는 건 말 안된다.



수학적으로 풀어보면 아가사크리스티 소설처럼 모두가 공범이 된다.

이미 채용게시판으로 변해버린 게시판에
천번째 글을 올린사람은 죄 없다고 치자.
앞의 999개의 글이 그를 학습시킨 셈이니
999명은 공범이다.

그런데 누군가 1001 번째 글을 올리면
그는  앞의 천명으로 부터 학습받았으니
좀전에 무죄인것 같던 천번째 사람도 다시 공범그룹에 합류된다.



사회나 회사의 룰이 깨지는 모양도 늘 저랬다.

십년전 프레인에 여덟번째 직원이 입사해서
한달뒤 내게 이렇게 말한적이 있다
"7명이 다 지각하는데 제가 일찍 나오는게 의미가 있나 싶어요"

만일 그가 지각하기 시작하면
그를 지각하게 한 7명이 공범이다

하지만 그가 지각하면 다음에 들어올 9번째 직원도 지각할테니
그도 공범이 된다.

결국 회사 전체가 프레인게시판같은 운명에 처하게 된다.
관행은 그렇게 무섭다.



관행과 원칙중에
원칙을 택하려 노력하며 살아야 할것 같다.



요즘 불가피하게 며칠째 국회방송 인사청문회를 틀어놓고 근무 중이다.
인사청문회마다
다운계약서, 위장전입, 논문 조작등 관행으로 여겨지는 탈법이 늘 문제가 되고 있다.


난 위장전입같은건 안했어 하고 그들을 비난하려다가 보니

혹시 내가
위장전입 한 적 없고 논문조작 한 적이 없는게 아니라
위장전입 할 일이 없었고 논문조작 할 일이 없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할수 있었던 다른 탈법 들에는
남들도 다 그러니 하면서 쉽게 몸을 맡긴적이 없었는지 자신할수가 없어서다.


어쩌면 어떤 나쁜 관행에 있어서는
"남들도 다하는데 " 의 그 남이 바로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설사 내가 그 관행의 천 번째 가담자라 하더라도
순서가
나를 구제해 주지는 못한다.



Blame it on the butterfly (1) 보기
http://prain.com/hunt/bbs/zboard.php?id=counsel&page=2&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78


오숙현
나비효과...
나쁜 나비를 날리는 분위기가 만연해, 그러지 않는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고,
좋은 나비를 날리는 분위기가 팽배해, 그러지 않는 사람들을 머슥하게 만드는...
그게 기업문화인 것 같습니다.
09-22  


여준영
그러지 않는 사람들을 머슥하게 만드는....그거 참 멋진데요 09-23  


fengels
나쁜일은 전파가 잘되지만 좋은일은 전파가 잘안되죠. 깨진유리창이론(Broken Window Theory)이 왜 '범죄학'에서 나오게 되었는지도 그 때문인 거 같고요. 조직의 동학이란 게 그런 거 같네요. 그 동력을 만드는 엔진이 그 만큼 중요하고, 더욱 중요한 건 엔진을 운용하는 기사(?)겠죠. 같은 벤츠 엔진인데 '벤츠'가 되거나 '쌍용'이 되거나 하는 경우도 많고..ㅎ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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