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
 
 
 
 
 

  
[PT] 텍사스 히트 보다 라인드라이브 아웃
 여준영  11-03 | VIEW : 19,908
여느때 처럼 PT를 하고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데
발표날 당일
선정이 쉽지 않아 발표가 연기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매번 큰 차이로 쉽게 이겨오던  내겐 아주 큰 충격이었다.

어디를 선정해야할지 고민해야할 정도라면
비슷한 점수를 받았다는 뜻인데
그건 앞으로 언제든지 질수 있다는 징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근소한 차로 불안하게 이기는건
이겨도 이긴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며칠 뒤 담당자로 부터 전화가 왔다.

" 여대표님.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프레인과 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심사위원 전원이 여대표님 회사를 택했습니다.
점수가 상대가 되지 않았지요
그런데 저쪽 회사 사장이 저희 회사 사장 고등학교 후배였답니다.
PT를 앞두고 함께 골프까지 치고 많이 친해졌다네요
그래서 저희 사장님이 저 회사에게 기회를 주라고 했어요
그렇지만 저희는 그 지시를 따를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장님께
"만일 여대표님과 일을 했는데 만족스럽지 못하면
사표를 내겠다"고 배수진을 쳤습니다. 결국 설득했지요
잘 해주셔야 제 목이 안달아납니다
좋은 PT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만일 그회사 사장이 홍보팀의 의견을 무시하고 끝까지 밀어붙여서
이번에 내가 선택되지 않았더라도

내가 저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면
나는

졌어도 진게 아니라고 생각 했을 것이다



야구에서 빗맞았는데 수비수 중간에 떨어져 안타가 되는걸
텍사스 안타라고 한다.
타자가 잘한게 아닌데 살아나갈수 있는 행운이다.

반면에 강하게, 그리고 정확히 맞혔는데 하필 수비 정면으로 가는바람에 아웃되는 라인드라이브아웃도 있다.
타자는 잘했으나 살아나가지 못한 불운이다.



로비를 하거나 인맥을 활용 해서 재미본 사람이
그 승리가 달콤해서 계속 로비를 하러 다니는 건
마치 빚맞은 텍사스 안타로 운좋게 살아나간 타자가
다음날부터 하루종일 텍사스안타만 집중적으로 연습 하는 것과 같다


로비를 하지 않고, 인맥이 없는 탓에 고배를 마신 사람이
이제부터 나도 로비하겠다고 나서는건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잡히는 바람에 아웃된 타자가
이제부터 빗맞는 타구만 쳐야겠다고 생각하는것과 같다.


우리회사는 10년간 수백건의 경쟁을 하면서 단 한번도 로비나 덤핑 등 편법을 써 본 적이 없다.
아는 사람 통해서 잘 봐달라는 민원을 넣어본적도 없다.
설이나 명절에 흔한 떡하나 보내지 않고
단한차례의 골프접대도 없이 십년을 경영했다

(그런데도 하도 이기고 다니니 소문이 반대로 - 로비와 덤핑으로 이겼다는 - 돈적이 있다)


일을 하다보면 수시로 접근해오는 브로커들을 만나게된다
쉽게 수주하게 손 써줄테니 수익의 일부를 나눠달라는
식의 제안을 하는 이들이 참 많았는데 우리의 대답은 늘 "노"였다.
그리고 그런 프로젝트엔 아예 입찰 참여를 하지 않았다
우리가 거절하면 그 브로커들이 다른 회사를 찾을테고
그럼 어차피 게임이 공정하게 돌아가지 않을게 뻔해서이다.
눈한번 질끔감고 "그러마" 하면 수억이 벌리는 일임에도
전혀 눈길한번 주지 않았다.


한번은 큰 단체가 발주한 PT를 앞두고 있는데
우리회사 임원의 외삼촌이 그 단체의 장으로 발령이 난 일이 있었다.
그 외삼촌은 자신의 조카가 어느 회사에 다니는지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우리는 그 외삼촌에게 줄을 대긴 커녕
조카가 이 회사에 다니는것 자체를 PT결과가 나올때까지 숨기기 위해 외삼촌에게 축하인사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그정도로 편법에 대해 일종의 결벽증을 가지고 있다.



인맥을 키우는 사람의 미래는 의존적이고
실력을 키우는 사람의 미래는 독립적이다.
한해 동안 로비한 사람에게 남는건 그 해의 수익이다.
대신
한해 동안 로비 하지 않아 패한 사람에겐 실력이 남는다.

일년이 아니라 오랫동안 둘이 싸우면
향후 수십년간 누가 이기겠는가.


게다가 로비는 묵묵히 일하는것 보다
시간과 비용과 스트레스를 더 필요로하기때문에
경영효율에도 맞지 않을 뿐더니와
건강에도 나쁘다.



내가 로비를 하지 않는 이유는
로비가  일하는것보다 훨씬 더 피곤하고  더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내가 로비를 하지 않는 이유는
로비로 성공하는게 옳지 않아서라기보다는
로비로 성공하는게 불가능해서이다.

텍사스 안타는 한 게임 용이지
한 시즌용이 아니니까.


한 경기 승패로만 보면 빚맞아도 이기면 장땡이지만
강하고 정확히 맞추는게 미덕인 타자의 긴 선수생활에 있어  
텍사스안타로 살아나간건 살아도 산게 아니고
라인드라이브로 죽은건 죽어도 죽은게 아니다.
그리고 나는 당신은 우리는 타자다.






권영호
정말 좋은 글입니다. 09-21  


임혜정
아.......... 멋있으십니다.^^ 10-05  

 LIST   
291   직장생활 완전정복 (26)  °[7]  여준영 09/12/02 11020
290   직장생활 완전정복 (25)  °[3]  여준영 09/11/26 10534
289   [편지] Media Integration  °[9]  여준영 09/11/17 7615
288   마지막PT 보너스 영상  °[7]  여준영 09/11/17 6287
287  비밀글입니다 [PT] 카이저 소제    여준영 09/11/04 6
  [PT] 텍사스 히트 보다 라인드라이브 아웃  °[2]  여준영 09/11/03 19908
285   [PT] 맛없는 밥보다 맛있는 자장면    여준영 09/11/02 5349
284   [PT] 착한사람보다 잘한사람.    여준영 09/11/01 7655
283  비밀글입니다 [PT] 에피소드    여준영 09/11/01 6
282   [PT] 골프 말고 축구  °[8]  여준영 09/11/01 6033
281   [PT] 선수 보다 촌놈  °[9]  여준영 09/10/31 6561
280   [PT] 마지막 PT  °[6]  여준영 09/10/31 7397
279   아는 사람  °[5]  여준영 09/10/26 7945
278   Handbook (14) : fire !!  °[6]  여준영 09/10/12 7119
277   Handbook (13) : 합산  °[6]  여준영 09/10/12 6402
[1][2][3] 4 [5][6][7][8][9][10]..[23]  ≫ SEARCH
Copyright 1999-2019 Zeroboard / skin by GGAM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