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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 착한사람보다 잘한사람.
 여준영  11-01 | VIEW : 7,653
세르지오레오네 감독의
원스어폰어타임은 원래  200분이 넘는 영화인데
우리나라에서는  1시간이 훨씬 넘는 분량이 짤려 나간 채 상영되었다
많은 관객들이 도무지 이 영화가 뭘 말하려는지 이해할수가 없다고 투덜댔다.
편집되었다는 사실을 모른채 "영화가 개판이다"고 말한 사람들도 있었다
물론 잘라내지 않고 그대로 상영했다면
"영화가 너무 길다"는 또다른 불만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만일 당신이 감독이고
어쩔수 없이 관객으로 부터 아래 둘 중 하나의 불만을 들어야 되는 상황이라면
과연 다음 둘 중  어느 불만을 듣고 싶겠는가.

1) 길어서 흠이지만 좋은 영화다.
2) 시간은 적당하지만 완성도가 떨어져서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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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하게도 나는 정해진 PT시간을 맞추는데
타고난 소질이 있었다.
따로 리허설을 하지도 않고
의식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맞춘 자료를 준비한적도 없고
PT 중간에 시계를 보지도 않는데
40분이면 40분 한시간이면 한시간 딱 고객이 정해준 프레젠테이션 시간에
1분의 오차도 없게 정확히 마치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시간을 잘맞추는데 소질이 있었던게 아니라
시간과 상관없이 내 말을 하는 배짱이 있었던것 같다
시간이 맞아떨어진건 그냥 우연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한번은
뭐가 그리 할말이 많았던지
20분안에 끝내야 하는 PT를
50분이 넘게 한적이 있다
식사시간을 앞 둔 터라 청중들이 짜증날 법 했는데
아무도 내가 시간을 어긴데 대해
뭐라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어느때 보다 큰 박수를 받았다.



꼭 해야할 말이 한시간 분량인데
주어진 시간이 30분밖에 없다고 해서
30분 분량을 무리하게 들어내
스토리가 엉성한 PT를 해서는 안된다.

자동차 딜러에게 "이 차는 좀 싸게 해달라" 고
요구하는 사람중에
"엔진따위야 불량이어도 상관없다" 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는가
차 성능은 이상이 없어야 된다는 얘기는 너무도 당연해서
하지 않을 뿐이다.

당신의 고객도 마찬가지다
"30분 안에 끝내달라" 는 요구보다
"좋은 PT를 해달라" 는 요구가 당연히 더 중요하지만
그건 너무 당연한것이라 생략하는 것 뿐이다.

시간을 맞추기 위해 스토리를 포기하는것은
하위 요구에 충실하려고  
상위 요구를 무시하는것이마 마찬가지다.

고객이 약속된 30분이 지났는데도 시계를 힐끔 거리지 않고
빠져들게 할 자신만 있다면
사소한 제약 조건들은 얼마든지 어겨도 된다.

최고로 좋은 제안을 발표했는데도
시간을 초과하거나 너무 짧았다는 이유로
떨어뜨릴 고객은 하나도 없다

물론 시간을 딱 맞췄다고 해서
가점을 주는 심사표도 본적이 없다.


처음 관공서 PT에 들어갈때 기억.
HWP로 제안서를 만들어야 되는 규정이 있었다
도대체 내 이 찬란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한글 프로그램으로 작성하나 걱정하면서도
규정을 어길수 없어서 한글로 문서를 만들었다.
입찰장에 가보니 순진하게 한글 출력본 하나 달랑
들고 간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관공서 파먹고(?)살던 빠꼼이 회사들은
규정에 맞는 한글 파일 이외에
파워포인트로 만든 별첨 문서와 동영상을 담은 CD등을
잔뜩 들고 와서 제출했다.

정말 운좋게 수주를 하긴 했지만
실패한 착한사람이 될뻔 했던 순간이다.
그 이후로 나는
게임의 룰을 보는 시각이 좀 바뀌었다.



고객의 가이드를 무시하라는 뜻이 아니라
고객의 가이드 때문에 내 전략의 질을 양보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1억 예산으로 바지 백장을 판매할 프로모션을 기획 하라는
PT 과제를 고객에게 받았다 하더라도
준비과정에서
예산 1억이 아니라
예산 2억에 천장을 팔수 있는 전략이 떠올랐다면
그걸 발표해야한다는 뜻이다.


모르긴 해도
세르지오레오네 감독은
"영화가 너무 길다" 는 욕을 먹는 한이 있더라도
한국에서 필름이 잘려서 상영되는걸
원치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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