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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 마지막 PT
 여준영  10-31 | VIEW : 7,396
이상으로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끝으로
개인적인 고백을 하나 하고 싶은데
제게 2분만 더 허락해 주실 수 있나요

(슬쩍 헤드 테이블을 보니 김정수 회장님이 소리 안나게 박수를 쳐주시며
고개를 끄덕여 주셨다)

저는 한 십년전 쯤에 무일푼으로 홍보회사를 차렸는데
지금 십만배도 넘게 키웠습니다. 아시아에서 제일 큰 회사가 되었습니다.
국내외 큰 기업들은 다 저희와 일하고 싶어하지요

빨리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딱 세가지 입니다.
첫째 제가 좋은 대학교를 나왔고요. 네 연대를 나왔습니다.
둘째 제가 좋은 학과를 나왔습니다. 맞습니다. 상대를 나왔지요
셋째 저는 그동안 경쟁 프레젠테이션에서 한번도 지지 않았습니다.
프레젠테이션으로 회사를 키운셈입니다.

그런데
2005년 어느날 프레젠테이션을 하려고 무대에 섰는데
갑자기 머리가 하얘지면서 손발에 힘이 빠지고 가슴이 쿵쾅거리고 숨을 쉴수가 없었습니다.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병원에선 신체에 이상이 있는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정신과를 가보라고 해서 가봤더니
스트레스, 강박, 대중공포, 공황장애등 제가 알수 없는 용어들을 말해주더군요
프레젠테이션으로 먹고 살던 제게는 아주 가혹한 선고였지요

그날 이후 오늘까지 저는 단 한번도 프레젠테이션을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사장이면서도 회사 전직원앞에 서는 일도 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회사에서도 은퇴를 했지요


그런 제가 오늘 무려 4년 만에 처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 섰습니다.
물론 아주 큰 두려움을 가지고요.


너무 괴로와서 어제는 차라리 신종플루라도 걸렸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장학분과를 맡고 계신 박영열 교수님께 발표를 좀 대신 해달라고 사정을 했습니다.
박영열 교수님은 이상한 이유를 들며 거절하시더군요

"여사장.
여사장 처럼 젊고 잘생긴 사람이 해야 사모님들이 좋아하셔"

사모님들 진짜 좋으셨습니까.

(사모님들은 웃으면서 박수로 화답해주셨다)

좋습니다.
그럼 혹시라도 오늘 옆에 앉은 선배님들이 장학금을 좀 더 내야겠다고 지갑을 여시더라도
눈총주시기 없깁니다.

공처가인 저는 약정을 좀 쎄게 하려고 오늘 아내를 집에 두고 왔습니다.


여러분.
제가 아직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고 숨겨온 부끄러운 개인사정을 이렇게 말씀린 이유는 두가지 입니다.

첫째.
저는 지금
동창의 발전, 사회의 변화 이런 큰 꿈이 아니더라도
이 젊은 후배가 이렇게 어렵게 사람앞에 선 게 안쓰러워서라도
이 일이 잘되게 도와주셔야 한다고 조르고 있는 겁니다.
조금 전 40분이.
아니 발표를 해야할 처지에 놓였던 지난 3일간이
제겐 거의 투병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둘째. 가만 생각해보니 이 상태로 가다간 김정수 회장님이
"자네 상경인의 밤에서도 발표를 직접 하게나 "
하고 시키실 것 같아서 미리 공개적으로 거절을 하려는 겁니다.
회장님. 오늘은 어쩔수 없었지만
천명이나 모이는 그 자리에 저를 또 세우시면 전 이민 갈겁니다.

대신말이죠.
제가 오늘 발표한걸 저희 직원보고 비디오로 찍으라고 했습니다.
진양혜 아나운서님.
제가 그 필름을 그대로 드릴테니
집에 가셔서 손범수 선배에게 전해주십시요
손 선배보고 달달 외워서라도 상경인의 밤때
진짜 구매를 해줘야 하는 젊은 학생들이 감동받을수 있도록
멋지게
저대신 설명해 달라고 전해주십시요



부족한 그리고 외람된 말씀 너무 많이 드린것 같아 죄송합니다.
저는 오늘을 마지막으로 또 이런 자리에 서지 않을겁니다.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여준영이었습니다.


- 2009년 10월 28일  하얏트 호텔,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동창회 부부 동반 만찬장에서 -




한 사모님이 다가와서는 " 박교수 말대로 진짜 좋았어요 " 하며 수줍게 웃어주셨다.
또 다른 사모님은 "나도 같은 병을 앓았었어요" 하며 자신이 치료하며 읽은 책 제목을 알려주셨다.
한 회장님은 전화를 걸어와 나에게 "매료" 되었다는 단어를 쓰셨다.
그리고 사장님들로 부터 "고맙다"는 문자가 계속 왔다.

속상하게도
예전 내 PT를 본 사람들은 크게 실망할 만한
밋밋한 PT였다.
옛날 생각해서 오퍼레이터에게
"아마 내가 PT 중 나도 모르게 갑자기 무대로 뛰어 올라갈거야.
그럼 자네가 이걸 이렇게 조작하도록해 " 하고 미리 부탁해놨었다
그러나 끝까지 조명이 어두운 강의대 뒤에 숨어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PT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청중들을 향해 날리려고 미리 넣어두었던
나비 비행기가 그대로 주머니에 들어있는걸 깨달았다.



행사를 마치고 손범수 아나운서와 새벽 4시까지 술을 마셨다.
행사장에 늦게와서 내 발표를 듣지 못했던 손선배는 자꾸
"너 우리 와이프한테 무슨얘길한거냐. 필름을 보라는데 그게 뭔소리야?"
하고 자꾸 물어봤다.









파워포인트는 예쁘게
그림은 적당하게
목소리는 당당하게
복장은 단정하게
폰트는 크게
글자수는 조금
...


언젠간
이런 말이 나오지 않는 프레젠테이션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제가 프레젠테이션에서 한번도 지지 않은
비결들을 정리하려고 생각해보니
저런 단어들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책의 첫 장에
그저께 한 저 마지막 PT이야기를 넣으려고
기억을 더듬어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PT 잘하는 법을 배우고 싶은분들이
사서 읽을 책이 되진 않을 것 같군요.




김희선
진심은 통하는 법.....사람의 마음을 얻는 비법이 보이는데요...^^ 10-31  


여준영
사모님들의마음을얻는법은젊음과외모래요 11-02  


오숙현
그 PT 자료는 손범수 아나운서만 볼 수 있은 것인가요??? 11-02  


여준영
손선배의 더 나이스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더 많은 후배들이 볼수 있겠지요 ^^ 11-02  


이경섭
왠지... 짠한 글입니다.... 11-19  


kimunan
동영상부터 보고 글을 보게되었습니다.^^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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