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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message from CEO 1 - 소림사이야기
 hunt  01-28 | VIEW : 6,480
주변의 젊은이직이 연속성을 해치고
그 단절이 전문성을 방해하며
전문성의 상실이 곧 평범한 삶을 만든다는
사실을 우리 직원들에게 얘기해주고 싶었는데
지금 읽어보니
비유가 적절치 못한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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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사 영화를 보면
신입 중들에게 무술을 가르치기 전에 1년동안 물길어오고 나무 베오게 시키는데
한 3개월 쯤 지나고 나면
신입중들이 세 부류로 나뉘곤 하지.

첫번째 부류는 빨리 1년이 왔으면 하는 바램을 간직한채, 일단은 그냥 시키니까 계속 물긷고, 나무 베는 부류이고

두번째 부류는 무술을 배우려고 입산했는데 왜 이런걸 시키나 하면서 물통 집어던지고, 몰래 선배들 연습장면 훔쳐보며 무술 따라하는 부류이고

마지막으로 세번째 부류는 첫번째와 같은 생각을 가진 놈인데 다만 차이가 있다면 물나르는 동작, 나무베는 동작 하나 하나에 무술품새를 적용시켜가면서 수련하는 1년을 보내는 부류지

드디어 1년이 지나고, 세부류 모두가 본격적인 무술 수업을 받게 되지
영화를 보면
세번째 부류에 해당하는 놈은 거의 딱 한명이고, 그놈이 주인공인게 뻔해.
절이 몇십개가 나오던 대부분 성룡, 이연걸 두놈이 다 해먹었지

그러니 그놈들 이야기는 빼고
두번째와 첫번째 부류만 비교해보면.

두번째 부류는 어깨너머로 몰래 훔쳐 배운탓에 품새도 대충 알고
이래 저래 겉멋을 부려보게 되지만

절대로 첫번째 부류에게 당해내지 못하게 되지

그 이유는
1년 내내 물긷고 나무 벤 첫번째 부류는 자기도 모르게 팔, 다리에
그것도 무술하기 딱 알맞는 부위에 보기좋게 근육이 붙어있었고

두번째 부류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지.

소림사 주지가 의도한것이 팔힘 기르기였는지 그건 영화에 안나와서 모르겠지만 말야.

사실 너희들과 첫대면때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는데
이 아이들 틈에 혹시 성룡이 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또 어떤 영화에서도 주지나 도사가 그런걸 친절히 설명을 한적은 없길래
그냥 입을 다물고 있었어.

아니 그거보다 더 중요한 이유... 그걸 알려주면 중들이 힘들게 물을 길었겠어 ?
팔다리 근육이 목적이라니 팔굽혀 펴기나 다른운동으로
그 기간을 단축시키려 잔머리를 굴렸겠지
영화 대로라면 그래서는 무술에 필요없는 근육이 붙으니 소용없었을꺼야


이제 프레인 1주년이 코앞에 와있다.

내가 수련을 제대로 시켰다면 여러분도 지금쯤 팔 다리에 근육이 붙어있어야 할 시점인데

과연 그런가 ?

그렇다면 다행이고,

만일 그렇지 않다면

필시 여러분이 가끔 가다 물통을 집어던졌기 때문일 꺼야.
지금이라도 안늦었으니 그 물통이 어디 떨어져 있나 한번 찾아보는게 어때 ?

물론 무공이 딸리는 주지를 만난 탓일수도 있는데
그건 여러분 팔자니 어쩔수 없어.
"절이 싫으면 중이떠난다" 는 속담이 있긴 하지만
그건 속담일 뿐이고 영화에서 절을 떠나는 사람은 대부분 두번째 부류들이거든.
그렇게 살순 없잖아.
게다가 그사람들은 영화가 끝나고 ending credit 맨끝에 존재가 밝혀지거나 아님 아예 자막에서 빠져 버리거든.


물론 지금까지 내가 길게 한 이야기에서 고려하지 않은 변수가 있긴 하지만
내가 보기엔 딱 두가지 변수 뿐이야.

하나는 프레인이 절이 아니기 때문에
게다가 중도 몇명 없기 때문에
1년은 밥시키고 1년은 빨래시키고 1년은 물긷고 등등
시킬 여유가 없어서
중간중간 계속 무술대회에 내보내는 편법을 썼다는것.
그리고 여러분들이 중이 아니기 때문에 머리가 중보다는 길다는것.


아무튼
지금 내고민은 내가 물긷기나 나무베기조차 제대로 시키지 못하는 무능력한 주지인것 같다는 것이고.
그래서 여러분이 성룡이나 이연걸 처럼
사소한 일과 커다란 일을 모두 소중하게 받아들이며 주인공으로 커주었으면 좋겠다는 거야.
제발 물통 좀 집어던지지 말고. 이 나무를 왜 베야 되는지 혼란스러워 하지 말고,
성급한 마음에 해야할일 제끼지 말고..


끝으로 숙제 하나
팔다리 힘을 키우고 나면
"절을 위한 봉사와 나를 위한 투자의 배분에 대해선 어떻게 해결해야 되냐" 는 고민이 들꺼야
왜 영화에서도 가끔 주인공이
문파를 위한 대의명분과 내 아버지 복수라는 두가지 선택기로에서 고민 하곤 하잖아.

그 고민에 대한 답을 각자 한번 생각해 보고 개인 생각을 메일로 회신해 주길 바래.


P.S . 돌이켜 보면 난 한 5년 물긷기를 했던 첫번째 부류였었는데
요즘 사회에 나오는 후배들을 보면 대부분 두번째 부류인것 같아.
그리고 두번째 보다도 더 성급한 부류들이 종종 이절 저절 옮기면서
앞서 나가보려고 하는 걸로 봐선 옛날영화가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어
그런데도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팔다리 근육이 언젠가는 그 "앞서 나가는, 아니 정확히 말해 앞서 나가고있다고 착각하는 부류" 들하고는
쨉도 안되는 큰 일을 해줄꺼라는 생각이 머리에 박혀있기 때문인가봐.


@ 아무튼..기독교인이 절얘기를 하다니..

유철우
참으로 솔직 하십니다. 진실의 힘.. 잘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01-09  


남대련
2010년에 쓴글을 읽다가 7년전에 쓴글을 읽으니깐 재밌네요. 지금은 주지가 아니라 무슨 달라이 라마 급인데 (무협지를 읽었다면 더 맛갈나게 표현했을텐데 아쉽네요) 그때는 몇안되는 중놈들 얼르고 달래면서 구르셨군요. 이제는 경영에 필요한 근육은 단단히 붙으셨겠죠? ^^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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