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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맑은 당신은 유죄.
이 름 여준영  
날 짜 2005-11-19 00:00:00
조 회 4,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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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 사골, 소잡뼈, 도가니, 양지머리, 소면, 파, 생강, 마늘

조리법 :

1) 사골, 소잡뼈, 도가니는 각각 찬물에 2시간 이상 담궈 피를 빼낸 뒤 함께 넣어 한번 끓인뒤 그 물을 버린다. (끓여보면 왜 버려야 되는지 안다)
2) 뼈들과 도가니를 깨끗이 씻은 뒤 들통에 넣고 물을 가득 부어 다시 끓인다. 생강과 통마늘을 중간에 넣어 끓인다. 끓이는 중간 중간 위에 떠있는 기름은 걷어낸다.
3) 10시간 정도 푹 끓인 뒤 양지머리를 넣고 한시간 정도 더 끓인다. 다 끓으면 차게 식힌뒤 위의 기름을 걷어낸다 (식히고 나면 왜 걷어내야 되는지 안다)
4) 양지머리와 도가니는 건져 썰어 놓고 소면은 삶아 물기를 빼놓는다.
5) 끓은 국물에 썰어 놓은 고기와 다진 파와 소금을 넣는다.



어렸을때 어머니가 큰 맘먹고 곰탕을 만들면 참 고역이었다.
본전 뽑을때 까지 우리고 또 우려서
근 한달은 매일 밥상에 똑같은 국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 기간동안 식탁위엔 파와 다진마늘과 소금통이 아예 디폴트로 놓여 있었다.
어머니는 겨울마다 식탁에 곰탕을 내셨는데 "곰탕이 추위 예방에 좋기 때문" 이라는게 이유셨다.

어느 주말 밥하기가 귀찮아서 (나 완전 주부3)
집근처 신선 설렁탕에 갔는데 인균이와 은비가 의외로 설렁탕을 아주 잘먹더라는 거지.
"설렁탕"은 집에서 끓인 "곰탕" 보다 훨씬 진하고 우유빛이 난다. (그게 곰탕과 설렁탕의 차이이기도 하다.)

이제 겨울이고
나는 어머니가 예전에 끓여줬던 사골곰탕을 먹어봤고
또 나는 어머니가 예전에 "이걸 먹으면 추위를 덜탄다" 라고 하셨던걸 기억한다.

그래서 나도 아이에게 그걸 전달하기로 했다.
다만 "곰탕"이 아닌 "설렁탕"을 끓이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끓여주셨던 "곰탕"과 달리
"설렁탕"에는 사골만 들어가는게 아니라
잡뼈와 도가니와 양지머리까지 넣어야 한다.
시간도 어머니의 "곰탕"보다 두배의 시간을 푹 끓여서
파는 것과 같은 뽀얀 국물을 만들어 냈다.

발전 한것이다.


또. 본전 생각 접고, 딱 세번만 국물을 우려 진한 맛을 유지 했고, 쉬이 질리지 않도록 냉동실에 넣어 놓고 가끔 식탁에 올리기로 했다.

개선한 것이다.


어머니는 내게 곰탕을 끓여주셨고
난 그 곰탕을 먹어본 덕분에 추위를 이겼다

나는 그 고마움을 아이에게 좀더 발전적으로 전달했다
내 아들은 그 곰탕보다 더 업그레이드 된 설렁탕을
먹고 이번 겨울을 나게 된다.

내 손자는 아마 내 아들이 좀 더 나은 방법으로 끓인 무언가를 먹게 될것이다.

이게 바로 개선과 발전이다.
세상이 발전하고 기업이 성장하는 이치이기도 하다.


잘되는 회사는
어머니(상사)가
아들(부하직원)에게
사골만 넣은 곰탕을 끓여주면

아들(부하직원)은  
손자(신입사원)에게
잡뼈와 도가니를 넣어 더 진한 설렁탕을 끓여준다.


못되는 회사는
어머니가 설렁탕을 진하게 끓여주었는데
아들을 거치면서  
그 국물이 묽어지고
죄없는 손자는 정말 맛없는 맑은 곰탕을 먹게 된다.

뭔가 새로운것을 추가 하지 못한채
회사 혹은 상사로 부터 받은 지식에
물만 넣고 끓여 내기 때문인데
사실 그 물은 최초로 끓인 설렁탕보다 무조건 흐려지게 되어있다.

결국 식탁에 앉은 손자들은 말간 국물만 마시다가 "곰탕은 맛이 없다" 는 결론을 내리고 식탁을 떠나게 된다.

만일 당신이 상사(어머니)와 부하(아들)를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신이 곰탕을 받고 설렁탕을 끓여 내고 있는지
설렁탕을 받고 점점 그 국을 곰탕으로 만들어 버리고 있는지 돌아보라.

배운 대로 잘하고 있고 발휘하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그래봐야 국은 더 맑아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가만히 앉아서 대신 시행착오를 겪은 상사의 노하우를
손쉽게 받아놓고서
상사보다 뛰어나지 못한 부하는 모두 유죄다.


 죠르바친구  (2006-03-26 03:43:17 / 221.168.178.152)  
수사반장에서 최불암아저씨와 김상순아저씨가 잠복근무 끝내고 먹는 새벽녘의 김 모락모락나는 그 음식은 , 곰탕일까요,설렁탕일까요? .......옛날이 그리운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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