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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루 은어
이 름 hunt  
날 짜 2008-12-29 03:41:12
조 회 4,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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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트의 초간단 레시피

1. 물에 모시조개, 무, 고추장, 된장, 고추가루, 다진마늘, 소금을 넣고 끓이다가
2. 내장 떼낸 도루묵 몇마리 넣고 좀더 끓인뒤
3. 불끄기 직전 파, 미나리 등을 넣는다.



회사 앞에
아주머니 셋이 운영하는 목포집이란 선술집이 있는데
하루는
"모처럼 누가 귀한걸 보내줘서 우리 먹을려고 만든건데 한번 드셔보세요" 하면서
태어나서 처음 먹는 생선요리를 주셨다
아주머니가 말한 그 "귀한" 생선은
다름아닌 도루묵이었다.

지난달 강원도에 갔다가 한번 더 먹어보고
며칠전 장을 보다가 생각나서
몇마리 사다가 찌개를 끓여 봤다



조선시대때 선조가 피난길에 "묵어" 라는 생선을 먹어보고는
하도 맛이 좋아 이름을 폼나게 "은어"로 바꿔부르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궁궐로 돌아와서 그 생선을 다시 먹어봤더니
영 아니었다고.
그래서 "은어는 개뿔. 도로 묵어라고 부르도록해라"
라고 했다
"말짱도루묵" 이란 말의 유래다.


도루묵의 신분 변화는 현대까지 이어져서.
많이 잡힐땐 거들떠 보지도 않고 버려지고
잘 안잡혀 몇마리 없으면  맛있다고들 찾는다.


나 어렸을때 갈치는 제일 싼 생선이었고
바나나는 제일 귀한 과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신분이 뒤바뀌어서
식탁에서 갈치 한토막 혼자 차지하는 호사를 누리기가 쉽지 않고
바나나는 다발로 돌아다녀도 별로 손이 안간다
고기 사료로나 쓰던 양미리는
지금은 맛있다며 산지까지 찾아가 구워먹는다.


생선과 과일만
수급양과 환경에 의해 신분이 바뀌겠는가.
사람도 마찬가지다.


변호사가 넘쳐나니 망하는 변호사도 있고
간호사가 모자라니 스카웃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도루묵이 주는 교훈 하나

내가 가진 가치가 무엇이냐 보다
내가 가진 가치가 흔하냐 귀하냐가 중요하다는 것.
남들 다할줄 아는 것을 잘한다고 뻐기지 말고
"이건 나만 잘하는거야" 라는 얘기를 할수 있어야 한다는 것.


도루묵이 주는 경고 하나.

프로에게 있어 실력의 편차는 허용되지 않는다는것
옛날엔 잘했었는데 하는 변명은
피난길엔 맛있었는데 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
누구 밑에선 잘하는데 누구 밑에선 못하고
어떤 일은 맘에 들어 잘하는데
어떤 일은 맘에 안들어 소홀이 해서 못한거고
그런 변명을 하며 살다보면
이전에 잘했던 것까지
"말짱 도루묵"이 될수 있다는 것.
"내가 잘한적도 있었잖아" 라며 억울해 하는건 아마추어나 하는 소리라는 것.
언제든 맛있고 누구에게든 완벽해야 은어가 된다는것.



끝으로  도루묵이 주는 위로 하나

지금 세상이 당신을 하찮게 여기더라도
혹시 그게 당신 잘못이 아니라면
언젠가 가만 있어도 세상이 당신을 알아봐줄 날이
올수 있으니 기다려 보자는 것

김구라 처럼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것 없는데
시대가 바뀌다 보니 느닷없이 각광받는
도루묵 같은 성공이 벌어질수 있으니 희망을 갖자는 것.


조선시대에
이식 (1584~1674) 이란 시인이 쓴 도루묵에 보면
이런 구절도 있다

賢愚不在己 잘나고 못난 것이 자기와는 상관 없고
貴賤各乘時 귀하고 천한 것은 때에 따라 달라지지.
名稱是外飾 이름은 그저 겉치레에 불과한 것
委棄非汝疵 버림을 받은 것이 그대 탓이 아니라네.





그나저나  
잘 나갈때 은어가 되었다가
부진할때 도루 묵어로 바뀌었다면

지금 처럼 맛있다며 사람들이 찾을때
"도루 은어" 라고 명예 회복을 해줘야 하는데
왜 아무도 나서지 않고 계속 도루묵이라고 부르는걸까.



나라도 바로 잡아주기 위해서
오늘 요리의 제목은
"도루은어".



hunt
 이경섭  (2009-01-16 20:11:00 / 121.162.85.85)   
쿠킹얼데이, 글에... <도루묵 드셨나봐요>라고 덧글 남기고 왔더니... ^^
초간단 레시피를 보면 도무지 맛을 예상하지 못하겠는데... 맛이 어땠나요?
 hunt  (2009-01-28 15:08:36 / 58.181.27.65)   
알이 징그럽다고 해서 저 혼자 소주 일병 까서 먹었습니다
제가 만들었으니 당연히 맛이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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