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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코르동오렌지외전6] The usual (1) - 다까시마
이 름 여준영  
날 짜 2007-12-27 11:50:27
조 회 4,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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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남자의 사소한 로망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단골 집에 가서 웨이터에게
“I’ll have the usual”
하고 주문하기

 
여자들은
Bar 에 앉아 그렇게 주문하는 남자들에게
웬지 모를 신뢰감을 느낀다는 보고를
어디선가 본적이 있다.
제임스 본드도 그랬다.


하얀 거탑을 보면
의국원들은 매일 같은 와인바에 삼삼오오 모이고
장준혁 후원모임은 늘 같은 일식집 방안에서 한다.
그레이 아나토미에도 그런 Bar가 하나 나온다.
화면엔 안잡혔지만
그들도 이렇게 폼나게 주문했을게 뻔하다.

“늘 먹던걸로.”


역설적이지만 “ The usual “ 을 주문하는 사람은
주로 "unusual" – 그날의 기분, 옆자리 사람, 대화 – 을
즐기는 사람일 수도 있다.

아무튼.
늘 앉는 내자리, 익숙한 그러나 질리지 않는 메뉴,  알아서 서비스 해주는 배려
“ 늘 만나던 거기서 만나 “ 하면 되고
“ 늘 먹던거 가져와요” 하면 되는
그런 공간이 나한테도 있다.
르네상스 호텔 뒷편의
일식집 “다까시마”다.

인당 많게는 수십만원을 내야하는 거품에
먹고 싶은 것 보다 먹어야 되는 것이 더 많은 식탁에
들락 날락 관계자도 많아 어디에 팁을 줘야 하는지 헷갈리는 상황까지
단골 아닌 일식집은 늘 부담이다.

일식집 만큼은 단골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사무실 위치가 바뀔 때 마다
그 바로옆 일식집을 몇번 찾아 안면을 튼 뒤
모종의 계약을 맺는다

“전 하얀생선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리고 멍게도 먹지 않고 이것도 싫어요
그러니 앞으로 제가 여기오면
주문할 때 따로 말을 안해도
내가 좋아하는 이것과 이것들 위주로 소량으로 줘요
나머진 다 빼도 좋아요
그렇게 해서 제가 손님과 오면
인당 얼마를 내는걸로 정합시다 ”
  

다까시마는 내게 최고로 편한 자리다.
지난 대선 투표일에도
우리는 늘 가던 다까시마 2층 방에서 모여
미리 요청해놓은 DMB로 선거방송을 보며 술을 한잔 했고
어느 식당에 가도 짐짝 취급 받는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다까시마에서 호젓하게 보냈다.

속이 좋지 않아 보이면 도빙무시를 미리 내주고
참치집도 아닌데 내가 참치를 좋아하면
참치집보다 더 완벽한 참치를  따로 가져다 주고
아이들과 함께 간다고 연락하면 아이들 좋아할 만한 메뉴를 만들어놓고
이거 맛있다 그러면 갈 때 그걸 조금 싸주기도 하고
저거 맛없다 그러면 다음엔 절대 그걸 안주고
그날 마침 신기한 재료가 들어오면 조금 요리해 와 맛보게 해주고  
술이 조금 모자라다 싶으면 임자없이 보관되어있는 술을 꺼내주기도 하고
무엇보다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계산서를 받고 한숨 쉴 일도 없다.

다까시마는 외관상
주변 일식집 들보다 결코 화려하거나
크지 않고 평범하고
내세울것이 없다.
“와 자기야 여기 너무 좋아 “
하는 소리를 기대하며
연인을 데리고 가기에 적당하지 않다.

대신 혼자, 혹은 늘 만나는 사람들과
“ I’ll have the usual “ 할 수 있는 곳이다.

남자라면
애인이 좋아할 서프라이즈한 장소를
많이 아는것도 중요하지만

늘 보던 거기서
늘 먹던 그것을  즐기자고
친구를 부를
Place, the usual 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Le cordon orange는
그런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hunt
 Ssu  (2007-12-28 00:06:35 / 125.191.122.70)   
와 너무 좋네요. ^^ 저는 얼마전 늘 가서 밀크티를 마셨던 커피숍이 없어져서 얼마나 슬펐는지 몰라요.ㅜ.ㅜ
 김현중  (2008-01-01 16:41:58 / 211.219.75.144)   
'Place, the Usual' 탐나도록 좋은 네이밍입니다. ^^
 Hank  (2008-01-04 01:55:19 / 221.121.57.248)   
다까시마..다께시마.. 자칫 헷갈리더라구요...다까시마..가보고 싶군요..담 한국 갈땐 자리 마련 함 하겠슴다..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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