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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들려 주고 싶은 이야기 10
이 름 여준영  
날 짜 2005-04-08 00:00:00
조 회 3,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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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명 :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재료 : 광어,도미,농어,자숙문어,계란(말이),크래미,장어,송이버섯,연어, 해동 참치,
그리고
물을 적게부어 만든 쌀밥, 식초, 소금, 설탕, 레몬, 고추냉이,김, 날치알



그렇다. 애초부터 시도하는게 아니었다

만드는 과정의 고통과 애환을 만화 시리즈로 만들 수 있을 만큼 힘겨운 "초밥왕"에 도전하는게 아니었다.

그냥 밥한숫갈에 토핑하나 얹은 음식가지고
수십권의 책을 엮을수 있다니
먹는 사람 입장으로는 헤아릴 길 없는
어려움이 도대체 얼마나 담겨있다는 말인가

미스터 초밥왕 처럼 혹독한 훈련을 하거나
명인이 되기 위한 사명감을 가진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전날 해놓을 성질의 음식이 아니라서
일찍 자고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출근 준비하면서 만들었다.

시작은 돈으로 해결했다.
장보는 과정에서 연와사비가 뭔지 강와사비가 뭔지 몰라 죄다 사버렸고
문어 초밥 3-4개를 만들기 위해 문어를 두마리 통째로 삶았다.
생선은 먹은거보다 버린 짜투리가 더 많았다
몇년만에 흰쌀밥을 했고 (난 성인병을 예방하기 위해 평소 까만 밥을 먹어야 하는 나이다)
세시간 동안 손을 10번도 더 씻고 냉장고 문을 수십번 닫았다 열었다 했다.

재료는 샀으나 몰라도 너무 몰라서
처음에는 맨밥에 생선을 얹어서 먹었다.
물론 아주 한심한 맛이 났다

하긴 밥 반찬으로 생선회를 먹는 사람 본적 있는가.
없지.
초밥에 "초"가 "초"라는 기본적인것도 몰랐다는 뜻이다.

만들며 많이 배웠다.

일단 식초 설탕 소금, 레몬즙을 냄비에 데운뒤
밥에 뿌려 초밥용 밥을 완성했다.
밥의 온도가 체온정도로 내려갈때 까지
내 체온이 올라갈까봐 열도 내지 않고 얌전히 앉아있다가
작업에 들어갔다.

이제 초밥을 먹을때 밥의 맛에 대해 평가할수 있게 된셈이다.
초밥은 말그대로 초와 밥으로 만들어진건데
우리는 그동안 밥 위에 뭐가 올라갔는지에 대해만 신경쓴 셈이다

우연히 조선호텔에서 "두릅"을 올린 초밥을 보면서
초밥을 만들어 볼 결심을 했다.

뭘 올릴지를 자유롭게 개발해 낼수 있는 창의적인 요리라면 한번 해볼만 한것 아닌가 말이다.


일본의 한 요리 달인이 이렇게 말했다
" 지금도 새로운 토핑거리를 발견하면 당장이라도 초밥을 만들어 보고 싶어 가슴이 뛴다 "

나도 앞으로 그럴것 같다


나는 아직도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고
하지 못한 이야기도 많고 앞으로도 더 많이 만나고 속삭이고 나누고 싶다.
많은 이야기를 해도 내 본심은 밥이고 밥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 메뉴의 제목은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오늘은 일단 10가지 재료로 이야기 해봤다.


예전에 월드컵이 열린 시기에 월드컵에 미쳐 이성을 잃고 헤매던 한심한 젊은이들을 꾸짖는 글을 썼다가
사이버 테러를 당한적이 있어서
노파심에 한마디 하자면

내가 이 민감한 시기에 초밥을 만들어 먹었다고 해서
독도가 한국땅이 아니라는건 아니다.

먹는건 먹는거고 여긴 르코르동 오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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