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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속의 김밥
이 름 여준영  
날 짜 2009-08-18 19:18:20
조 회 8,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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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트의 초 간단 레시피>

김밥은 초간단하기 힘드므로,  또 누구나 말줄 알테니 레시피는 패스




부유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나
소풍날 아침
김밥 싸는 엄마  옆에 쭈그리고 앉아
꼬다리도 줏어먹고 남은 진주햄 소세지도 빨아먹던 그 시간이
일년중 제일 행복했던 소년이

사고로 가세가 기울고 기댈곳이 없어져.
고시원 만한 반지하 단칸방에 잠깐 혼자 살게 되었다.
침대 하나가 있고 딱 그 침대 만한 공간이 더 있는 작은 방.
둘이 마주보고 앉으면 무릎이 서로 닿을 지경이었다
  
그 좁고 어두운 곳에서 여자친구와 김밥을 싼적이 있다.
야구장 가서 먹으려고.

재료 펼치고 나니 공간이 없어
남자는 침대위에 앉아서 썰고
여자는 침대 아래에 앉아 말아야 했다

그때 머리속에
참 궁색한 데이트구나 생각했었는지
아니면
낭만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여자는
"아무리 좁은 집이라도  같이살면 매일 이렇게 김밥싸서 놀러갈수 있겠구나 "
라고 생각했을수도 있고
남자는
"빨리 돈벌어서 식탁하나 정도는 놓을수 있는 집을 마련해야지 이게 뭔가 "
하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십년이 지나고 집에 운동장만한 김으로도 김밥을 말 수 있는 주방이 두개나 있는데
이제 김밥은 싸는게 아니라 사는게 되버렸다

"놀러가자" 라는 말이
"김밥싸서 놀러가자" 의 줄임말이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
강남아줌마들은 아무도 김밥을 싸지 않는다. 산다
강남 연인들은 더더욱 말할것도 없다. 산다.


직장인들은
나무 도시락이나 찬합 대신
은박지로 돌돌말은 김밥을
출근하면서도 아령처럼들 들고 다닌다.



세월이 지나면 우리 아이들이
집에서 김밥을 싸는 걸
집에서 바느질 해서 옷 만드는 것 처럼 의아하게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자장면을 왜 나가서 먹어요 시키면 되지.
김밥을 왜 싸요 사면 되지.
하고 물어볼 날이 얼마 안남았다

안돼.
다음 제네레이션에서라면 몰라도
내 자식들에겐  
"우리 김밥 싸서 놀러갈까 "라는 아빠의 제안이
정말 설레는 제안으로 남아있어야 된다.


그리고
김밥을 싸면서
이런 노래도 부를 줄 알아야 한다.







hunt
 정우성  (2009-08-18 19:53:36 / 203.234.137.200)   
김밤, 김밥 돌돌말아 김밥 아구 귀여워
 hunt  (2009-08-18 22:20:02 / 58.181.27.65)   
조심하세요 중독될지도 몰라요
 조은아  (2009-08-19 09:20:04 / 121.54.208.132)   
누구 솜씨인가요? 헌트님의 단칸방 솜씨인가요?
치즈에 꺳잎까지 넣어 저렇게 정중앙이 되기 힘든데..
정~~~~말 훌륭하십니다. 짝짝짝!!
 김미영  (2009-08-19 13:54:56 / 123.142.80.204)   
김밥 싸들고 가족들끼리 놀러가본적은 없어요. 근데 요즘도 저희 엄마는 그냥 김밥을 싸주세요..김밥 먹고 싶다고 하면 싸주시기도 하지만, 딸들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힘내라는 말 대신 김밥을 싸주시는 것 같더라구요.(사실 제멋대로의 추측일수도 있다는..--;)그래서 김밥보면 엄마 생각 나더라구요..: )
 최형익  (2009-10-13 14:06:49 / 211.52.46.86)   
저도 모르게 "김밥에 김밥 돌돌말아 김밥" cm송으로 딱이네요
 최은정  (2011-04-25 09:48:54 / 175.196.126.207)   
이런 작은 일상들이 모여 헌트님에게 행복이 되겠네요. 공감합니다 :)
 최은정  (2011-04-29 17:15:30 / 58.122.197.224)   
이 글이 왜 이렇게 저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지 , 정말. 모르겠네요.
뭘까.
며칠후에도 계속 되돌아서 글을 되씹어보게 하는 이 느낌은,

※ 2011-04-29 17:22:02 에 "최은정(dadae)" 에 의해 수정됨
 최은정  (2011-04-29 17:18:59 / 58.122.197.224)   
"재료 펼치고 나니 공간이 없어
남자는 침대위에 앉아서 썰고
여자는 침대 아래에 앉아 말아야 했다"

이 상황에서도 정말 즐거웠다면, 그게 진짜 행복이지 않을까. 싶네요.
 littleL  (2011-05-28 22:10:56 / 122.39.40.75)   
김밥에대한 트라우마.. 일본에있을적 클래스에서 단체로 소풍을간다하길래, 일본간지얼마안되 설레기도했고 한국의맛을보여주자! 하고 룸메언니랑같이 반사람,센세들거 사십줄을 말았어요. 근데 맛이없..었는지 입에안맞았는지 대부분은 남겨버렸고. 당시의 남자친구한테도 착한척좀 하지말라비아냥들었었다지요. 그담부터 누구든 내손으로만들어서 주는게 겁이나더라고요 순수한맘 그대로 전달하는게 힘든거구나 하고
 신아람  (2011-07-07 14:35:13 / 211.198.114.128)   
여자는
"아무리 좁은 곳아도 같이살면 매일 이렇게 김밥싸서 놀러갈수 있겠구나 "
라고 생각했을수도 있고
남자는
"빨리 돈벌어서 식탁하나 정도는 놓을수 있는 집을 마련해야지 이게 뭔가 "
하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리얼파랑  (2013-06-13 11:59:43 / 112.168.70.55)   
게맛살, 스팸, 우엉은 없었지만
주황색 소세지에 단무지, 시금치, 계란의 엄마 김밥의 맛은 참으로 정직했었죠.

'김밥은 사는 것이 아니라 싸는 것이다'
정직한 김밥의 맛, 아빠 김밥으로 도전해보렵니다.^^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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