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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in + Rogatis Story

1.
스물 몇살때
회장님과 거물 조지소로스가 만나는 자리에 배석한적이 있다
나는
신라 호텔 로비 우편에서 걸어오는 소로스 일행들과
좌측에서 걸어오는 회장님 일행의
중간 지점에 카메라를 들고 서 있었다
그 두 집단이 만나 악수하는 순간
당시 또래중에 잘나가는 패셔니스타였던 내가
갑자기
섬, 그냥섬도 아닌 난지도같은 추레한 섬이 되어버렸다.
수십명의 어르신들중에 내바지 통이 제일 좁았고 내 셔츠만 화려했고
내 수트허리만 날렵했다.
여태 그게 멋인줄 알았는데 그들 틈에 서니 그게 멋이 아니었다.
어렸을때 혼자 청바지 입고 결혼식장 갔을때 느꼈던 기분과 비슷했다.


며칠뒤 밀라노패션쇼에 출장을 가게 되는데
거기서 나는 또 한번 "섬" 이 되고 만다.
패션쇼장 반경 5Km내의 모든 남자들이
스키니한 수트 하의에 검정구두대신 스니커즈와 운동화를 신고
마치 메트릭스의 스미스요원처럼 몰려다녔다.
나만 갓 상경한 통넓은 바지의 촌놈처럼 서있었다.


신라호텔에서와 밀라노에서 나는 같은 수트를 입고 있었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입어야 하는가.


턱이 두개나 있는 배바지와 화이트셔츠와 감색 수트는
CG 하나 없는 밋밋한 영화 같고
싸구려 원단으로 라인만 흉내낸, 도무지 학생인지 프로페셔널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신출나기들의 안쓰런 양복은
B급 영화 같은데 말이다.



2.
여직원들에게 구두를 만들어 주고 난뒤 (http://prain.com/hunt/bbs/zboard.php?id=counsel&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344 )
계속 남자 직원들이 맘에 걸렸다.

다행인지 불해인지
내 동료들의 복장이 맘에 들지 않았던 터다.

그래서 그들에게 선물할 완벽한 수트를 만들기로 맘먹었다.
그냥 옷이 아니라
"이렇게 입어라" 하는 선배의 조언같은 수트.

그렇지 않으면
그들도 나처럼 어디선가 계속 섬이 되고 말테니까 .

큰욕심은 없었다
어디서도 빛나는 옷을 만들진 못하지만
어디서도 섬이 되지 않는 옷은 만들수 있을것 같았다.

출근할때 입어도 "어디 놀러가냐 " 소리 안듣고
파티갈때 입어도 "일하다 바로왔냐"소리 안듣고
어른들 틈에서 튀지 않고
아이들 틈에서 묻히지 않는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닌
겉멋든 디자이너와 꽉막힌 인사부장님의 중간
번지르한 사기군과 찌든 샐러리맨 중간
가로수길 편집샵과 소공동 라사거리의 중간지점에 걸린
그런 수트

제일모직 로가디스팀과 손잡고
프레인만을 위한 수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름하여 PR 수트.
프레인의 P와 로가디스의 R을 더하면 우리회사의 비즈니스 도메인이 된다

슬로건은 이렇다.

Passion & Fashion
of
Prain & Rogatis .



큰 욕심 없었다고 했는데
만들다 보니 그 생각 자체가 큰욕심이었다.
남자옷, 특히 수트의 신비로움에 대해 알게되었다
맘에 드는 수트 하나도 없는데
그래서 니가 고쳐봐라 하면
어딜 고쳐야할지 모르는 게 수트다

건드릴 곳이라곤 라펠,허리파임,뒷트임, 단추갯수,패드두께 정도다
그런데
그 건드릴 곳이란게
하나같이
크게 건드리면 절대 안되고
작게 건드리면 표도 안나는 곳들 이라 문제다.

제일모직의 뛰어난 디자이너들과 회의를 통해
크게 건드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디자인을 찾기 시작했다.

아래는 양복의 디자인 방향을 결정한 첫 메모다.



디테일이 하나씩 정해졌다
원단은 챠콜그레이 컬러의 WOOL. 클리어 컷 가공. 사계절 입을수 있는 패브릭.
그리고 내 엑스 걸프렌드가 좋아했던 적당한 광택.
뒷목에 무게가 실리는 neck fitting
(양 어깨에 무게가 실리는 대부분의 수트는 앞버튼을 풀었을때 자켓 앞자락이 펼쳐져 버린다)
파워숄더 대신 부드러운 패드,
Real horn 을 깎아 만든 버튼 ..


우리가 극복해야할 가장 큰 키워드는 "유행" 이었다.
지금 우리의 선택이 미래에도 유효해야한다는걸 염두에 두고 디자인했다.

예를들면 라펠
남자 수트의 라펠은 내 아버지때 부터 지금까지
최대 9cm 에서 6cm 까지 넓어졌다 좁아졌다를 반복했다.
프레인수트의 라펠 넓이는 7.5 Cm이다. 백년이 지나도 꿋꿋할수 있는 폭이다

바지 통과 미디 역시 넓어졌다 좁아졌다 길어졌다 짧아졌다를
반복하는데
그 반복에 휘둘리지 않는 지점을 찾았다.
그렇게 선을 넘지 않는게 우리가 정한 일종의 "선"이었지만
한가지 무리해서 메스를 댄 곳이 있는데
바로 팔과 힙라인이다.

나는 수트를 표현함에 있어
"편안한, 활동성을 강조한 " 따위의 수식어들은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드레스를 입으면서 편안함을 강조하는 여성은 없다
수트도 마찬가지다 수트의 목적은 편안함이 아니다.

어쩌면 수트는 "편하지 않지만"을 달고다닐수 밖에 없는 옷일지 모른다

편하지 않지만 멋져보이기 위해,
불편하지만 격식을 갖추기 위해,
거추장 스럽지만 품위를 위해
입는것이 수트다.

편하려면 편한수트를 입을게 아니라 수트를 입지 않는게 맞다.

anyway.그래서 다른 수트보다 사지, 즉
힢과 허벅지로 흐르는 라인과 팔을 좁혔다.
활동성 혹은 편안함 과 간지를 바꾸기 싫었기 때문이다.

"불편하지 않게" 를 목표로
다리가 길어보이고, 몸매가 날렵해보이는 쪽에 비중을 더 두었다.

그래서 이옷은 멋이 있다.




4.
작업은 반맞춤 형식으로 진행했다.













어떤이는 이 라인을 소화하기에 어깨가 넓었고
어떤이는 배가 나왔고 어떤이는 등이 굽었고
어떤이는 허벅지가 굵었다
50이 넘은 사장님은 단 한번도 이런 스타일의 수트를 입어보지 않았다
바지에 턱이 있고 품이 넉넉하길 바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들 요구의 반만 들었다.



타협하지 않은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전형적인 한국 중년 체구의 이승봉 사장 (좌)과
모델 체형의 날렵한 김무열 군(우)이
같은 옷을 입게 된것은 마법 같은 일이다

그리고
키가큰 방성곤 과장과
키가 작은 최우영 부사장과
살찐 조성한 부장과
비쩍 마른 송민복 과장이
지금 같은 옷을 입고 있다


당신이 그동안 어떤 수트를 입어왔는지 몰라도
또 당신의 몸이 어떻게 생겼든 상관없이
당신도 아마 이옷이 당신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게 될것이다







프레인 수트는 총 60벌 제작 되었다
50벌이 프레인 직원들에게 헌정 되었고
나머지 10벌은
9월 27일 ~ 10월 1일
광화문 퓨어아레나 앞 정원에 들어서게될 특설매장에서
한정 판매된다



아. 이 수트는 춘추복도 아니고 추동복도아닌 4계절용이다.





그리고 더 많은 이야기들








special thanks to
김지영,김나라,양주인,이정훈,이재광,이승봉,구연경,조성한,박경철,금정현,김성용,
그리고
류승룡,조은지,김무열.






@ 섬이 되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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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Prain + Rogatis Story


사진가: 여준영

등록일: 2011-09-19 19:47
조회수: 1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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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대성
멋집니다. 근데 10벌은 좀 너무하지 않았나요? ㅎ
2011-09-20
15:28:42
박의환
9/30일이 제 생일인데...딱 그사이에 여는군요..
저한테 주는 선물로 한벌 사고 싶네요..
일단 가서 입어 봐야겠습니다.
10벌이라...과연 살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
근데 수트 입은 남자가 정말 멋진거 같습니다...
2011-09-20
15:55:44
lululala
또 하나의 기록을 쓰셨군요. 축하드립니다.
2011-09-20
16:26:05
여준영
하대성> 열벌도 많이 만든거예요 수트잖아요 ^^
2011-09-20
18:51:08
여준영
박의환 > 매장에서 뵈요 ~ 불편한 곳 있으면 늘이고 줄여달라고 하세요 반만 반영할께요
2011-09-20
18:51:54
여준영
룰루랄라> 와 오랜만이예요. 아직 중국에 계세요 ?
2011-09-20
18:53:15
Maybe
예약이 가능한 겁니까.
2011-09-21
01:32:35
장주희
9월 27일에 퓨어아레나에 도착한 선착순 10벌인거예요?
2011-09-21
09:38:50
lululala
저는 여전히 조간신문보듯 들른답니다.
아직아니고, 계속 중국에 있을거에요 ^^"
2011-09-21
11:11:22
요시농
정말 입이 떡 벌어지게 멋지네요. 역시 남자는 수트를 입어야... 게다가 저 분은.... 제가 사..사...사라...사모하는 류승룡씨!!!! +_+
2011-09-22
12:19:42
최은정
파스타프로젝트를 통해 같은 디자인의 구두를 두 컬레나 구입하고 난 후
계속 남자친구가 맘에 걸렸었는데,,

이 수트를 구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자친구에게 선물해주고 싶네요....ㅎ
2011-09-26
17:01:45
최은정
내일 낮 3시부터 선착순이라.흠흠
2011-09-26
17:03:10
여대륜
노래가 너무 좋습니다.
2011-10-13
21: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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